[한은 통신보고서③] "수출 큰 폭 증가 '상고하저'···美中갈등 변수"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앞으로 국내 수출여건이 글로벌 수입수요 개선, 미국 무역정책의 불확실성 완화, 정부의 FTA 확대 노력 등으로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백신보급 지연,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이 우리 수출을 제약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개상황과 미국의 대중무역 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11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결한 '2021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 수출은 주요국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글로벌 수요 개선, 우리기업 해외생산시설의 조업 정상화에 힘입어 코로나19에 따른 부진에서 빠르게 회복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일평균 수출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1년8개월이 걸렸으나 이번에는 8개월만 소요됐으며, 우리 수출의 개선 속도는 주요국에 비해서도 빠른 수준이라는 평가다. 품목별 수출여건은 코로나19 이후 재화소비 증가 및 비대면 수요 확대 등 소비패턴 변화와 이동제한 조치의 영향에 따라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반도체는 원격 근무·교육 및 디지털 여가 확산에 따른 IT기기(노트북 등), OTT(Over-the-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의 수요 확대로 지난해 3분기 이후 견조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금년중 반도체는 백신보급 등으로 하반기 이후 비대면 수요의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글로벌 IT기업의 서버용 수요 회복, 5G스마트폰 시장 성장 등으로 수출여건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스마트폰 판매 중 5G폰 비중은 2020년 19%에서 2021년 37%로 확대될 전망이다.
화공품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위생용품 및 의약품·진단키트 판매 호조, 온라인쇼핑·배달에 따른 포장재·일회용품 사용 증가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출 증가세가 확대됐다. 금년중 화공품은 주요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등으로 섬유, 전자 등 전방산업 업황이 점차 회복되면서 전반적인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년 하반기 이후 백신 보급에 힘입어 주요국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될 경우 의약품·진단키트 등의 수요가 감소하며 수출개선을 제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는 봉쇄조치기간 중 판매망 폐쇄에 따른 이연수요, 대중교통 기피로 인한 반사효과, SUV의 미국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이후 수출이 비교적 빠르게 회복됐다. 금년중에는 글로벌 경기회복 및 전기차 수요 확대 등이 자동차 수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코로나19에 따른 판매망 폐쇄 등으로 지난해 전년대비 16.2% 감소했으나, 금년중에는 10.9%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철강 수출은 중국의 인프라투자 확대 및 자동차 등 전방산업 업황 개선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진이 완화됐으나, 기계류는 겨울철 이동제한조치 재강화 등으로 재차 부진이 심화됐다. 금년중 철강·기계류는 전방산업 수요 회복, 주요국 인프라 투자 등으로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제품의 경우 이동제한조치 완화,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수요·단가 모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리스크 요인을 보면 글로벌 수입수요는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 주요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개선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백신보급 지연 및 변이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 등으로 향후 코로나19 전개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점은 우리 수출의 하방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미국 무역정책의 불확실성 완화, 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노력 등은 우리 수출여건을 개선시키는 요인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미국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전반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러한 무역정책의 불확실성 완화는 글로벌 투자심리 개선 등을 통해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등 정부의 FTA 확대 노력은 시장개방 확대, 무역규범 통합, 보호무역주의 대응력 향상 등을 통해 우리 수출여건을 개선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및 아세안10개국 등 총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FTA다. 금년 하반기중 협정이 발효될 것으로 전망되며, 지난 2019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협정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로 향후 15년간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가 매년 0.03% 제고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금년 중 통관 기준 우리 수출이 글로벌 경기 회복, 반도체 경기 개선 등으로 작년에 비해 상당폭 증가할 것으로 봤다. 다만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2분기 중 큰 폭 감소세로 인한 기저효과로 상고하저의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우리 수출여건은 글로벌 수입수요의 개선,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 완화, 정부의 FTA 확대 노력 등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보급 지연 등으로 글로벌 수입수요의 회복세가 늦어지고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될 경우 우리 수출여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앞으로도 코로나19 전개상황과 미국의 대중국 무역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살펴 우리 수출여건 변화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