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주총 마무리···공통 키워드 'ESG·新사업·사외이사'

ESG경영 강화 추세에···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 신사업 확대 전문 사외이사 영입 '눈길'···여성 사외이사 발탁에는 '신중'

2021-04-01     박성준 기자
건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달 건설업계의 주주총회 시즌이 모두 마무리됐다. 올해 주총에는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경영'이 대거 등장했다. ESG경영 강화 기조에 따라 신사업 진출도 눈에 띄는 점이며, 자본시장법 및 업계별 미래 전략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들도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지난달 15일 포스코건설 주총으로 시작해 26일 SK건설까지 모두 마무리됐다.

건설사들의 정기 주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ESG경영'이다. ESG경영은 친환경·사회적 책임경영(CSR)·지배구조 개선 등 비재무적 요소를 지속가능한 투자 관점에서 의사결정에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ESG 연관 신사업 행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건설과 GS건설이 꼽힌다. SK건설은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17개의 새로운 목적사업을 정관에 추가했다. 하수처리시설 설계 시공업, 탄소 포집 저장 및 이용사업, 자원의 재활용 및 회수된 자원의 매매업 등 친환경 관련 사업을 대거 추가했으며,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앞서 SK건설은 지난해 7월 친환경 사업 부문을 신설해 안재현 사장이 직접 담당하기로 했으며, 올해에는 사내 엔지니어링·건설 부문의 조직명을 각각 '에코엔지니어링', '에코스페이스'로 전환한 바 있다.

GS건설 역시 무형재산권, 지적재산권의 임대 및 판매업, 소규모 전력 중개업 등을 새로운 사업 분야로 추가했다. 이는 현재 GS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분상형 재생에너지 사업과 연관돼 있다. GS건설의 분산형 에너지부문은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전력 발전, 송전, 변전 등을 다루고 있으며, 허윤홍 신사업부문 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부동산 규제 및 코로나19 여파로 불확실성이 증대된 데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특히 업계를 바라보는 사회적 책임경영의 잣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변화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영 변화의 흐름에 따라 ESG 경영이 더욱 강조되고 있고, 이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자 흐름"이라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있어 환경 요소도 빠지지 않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첫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비롯한 사외이사진의 변화도 주목된다. 삼성물산은 올해 주총에서 최중경 한국가이드스타 이사장을 새롭게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최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 및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 이사장은 경제부처 고위 관료 출신이었던 점은 물론, 회계 투명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은 조혜경 한성대 IT융합공학부 교수를 사내 첫 여성 사외이사로 내정했으며, 조 교수는 건설현장 로봇 작업 비중을 높이기 위한 영입으로 풀이된다. GS건설 역시 첫 여성 사외이사로 조희진 법무법인 담박 대표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전 LG그룹 고문을 역임했던 인물로, 허윤홍 GS건설 사장 주도의 신사업과도 관련이 깊다. 향후 신사업 투자 및 의사결정, 전략 관리 등을 위한 자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배경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이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기업은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해선 안 된다. 때문에 건설사들은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8월 전까지 정기 주총이나 임시 주총을 열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다만,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다른 대형 건설사 주총에서는 여성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등장하지 않았는데, 업계에서는 그간 건설 분야 특성상 여성 이사진 구성이 거의 없었던 탓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 업종에선 여성보다는 남성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최근 ESG경영을 강화하는 흐름에 따라 점차 변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건설업계와 연관된 여성 인력의 풀도 남성에 비해 부족했지만, 분야 관계없이 여성 인력의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만큼, 건설사들도 내년 정기 주총까지는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