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공시가격까지"···정부-서울시, 부동산 정책 충돌

2021-04-12     이서영 기자
오세훈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와 정부의 충돌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비사업 규제완화부터 공시가격 재조사까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태클을 거는 모양새지만 국토부는 '서울시가 원하는 대로만은 안 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국민의힘을 찾아가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실현을 위한 법률, 조례 개정 등에 적극 나서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한강변 아파트 35층 높이 규제 완화와 재건축 안전진단 등 규제 개선 등을 내세웠다. 취임 후에는 부동산 공시가격 재조사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가 국민의힘을 찾은 것은 이와 같은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법이나 조례 개정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나 서울시의회가 더불어민주당 절대 우세인 상황이어서 쉬운 일은 아니다. 오 시장은 유세를 통해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서 주택을 조기에 공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입장에서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는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주택 공급대책의 핵심 내용인 공공 주도 개발 사업을 정면에서 부인하는 것이다.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등은 공공의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공공성을 높인다는 전제하에 용적률이나 도시계획 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사업이 활성화되면 조합 등이 굳이 정부의 공공 주도 사업에 기댈 이유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정부로선 오 시장의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에 호응할 수 없다. 정부는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은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는 집값 불안만 야기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정부에선 오 시장의 재건축 등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오 시장은 안전진단 때문에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못한 목동 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으나 국토부 관계자들은 "안전진단은 대부분 내용이 국토부가 운영하는 법령과 고시 등에 규정돼 있다"고 언급한다. 오 시장이 아무리 뭔가를 바꾸려 해도 결국 국토부가 결정할 문제이기에 오 시장 뜻대로만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들 또한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국회와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이 주도해 법이나 조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부동산 가격공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제주도와 서초구청이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국토부와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일단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앞선 제주도와 서초구의 주장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 지자체가 부동산 가격공시 제도를 잘 모르고 있다거나 주택의 숙박시설 불법전용 등을 방치하는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오류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공시가격 실태조사를 벌이며 가세한다고 해도 국토부가 기존 입장을 완화하는 등 물러설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워낙 큰 폭으로 올라 이에 대한 우려가 높고 정부 내 다른 부처와 여당 일각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공시가격 로드맵의 수정이나 내용 보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가 공시가격을 장기적으로 시세 대비 90% 수준까지 올리기로 하고 유형별 목표 달성 방법을 제시한 로드맵을 발표한 것이 지난해 11월이다. 장기 계획 로드맵이 나오자마자 수정안을 만든다는 것은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자 부동산 정책의 후퇴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정부로선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