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NH농협생명 GA 나올까···제판분리 검토 배경은?
"제판분리, '채널 효율화 방안'으로 고려중" 미래에셋·한화생명, GA형 판매자회사 설립 '신호탄' "생보사, 저금리로 수익성↓···영업 압력은 되레 증가"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NH농협생명이 보험상품의 제작과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를 영업전략 테이블에 놓고 고심하고 있다. 회사 측은 "본격 검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는 수익성 저하·전속 설계사 이탈 등 변화하는 환경을 고려할 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채널 효율화 방안 중 한 가지로 판매 자회사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중장기 영업전략 리스트에 제판분리가 포함된 것이다. 다만 본격적으로 추진방안이나 세부사항이 논의된 단계는 아니다.
최근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이 자체 영업조직을 분리해 GA형 판매자회사를 신설하면서 보험업계에 제판분리 신호탄이 올랐다. 앞서 한화생명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영업 부문 선진화를 위해 설계사 조직 분사 등을 검토 중이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제판분리 전략을 택했다.
이렇게 제판분리가 보험업계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주요 배경엔 '수익성 저하'가 있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비용절감 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손해율 반영이 가능한 손보사와는 달리 생보사의 경우 장기 계약이 상대적으로 많아 상품 구조상 수익 보전이 어렵다.
보험연구원 '보험산업 제판분리 논의 배경과 향후 과제' 연구에 따르면 전속영업조직(설계사·임직원)을 통한 매출비중은 지난 1995년 99.1%에서 2019년 49%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비전속영업조직(방카슈랑스·중개사 채널) 매출비중은 0.9%에서 51%로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NH농협생명의 지난해 초회보험료는 5886억원으로 전년 대비(6751억원) 865억원 감소했다. 이중 설계사를 통한 일반계정(변액보험·퇴직연금 제외) 초회보험료 수입(148억원) 비중은 2.5%에 불과했고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5480억원)는 93%에 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는 손보사와는 다르게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 운용자산을 굴려 수익이 나야하는 구조인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다 보니 수익 감소세가 더 뚜렷하다"며 "비용을 절감해야 하고 운용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다 보니 제판분리에 적극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모집수수료 체계 변화로 인한 전속설계사의 반복적인 이탈도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결국 비용은 줄이면서 영업력도 유지해야 하니 GA형 판매자회사를 분리하는 방법을 택한다는 것.
한 생보사 관계자는 "제판분리를 통해 기능을 한 곳으로 특화하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며 "회사 전략에 따라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상품 라인업도 보강돼 영업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판분리는 영업조직의 운영효율성과 비용을 면밀하게 검토 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보헙엄계 관계자는 NH농협생명 제판분리와 관련해 "제판분리 시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확실한 비교가 필요하다"며 "영업조직이 밖으로 떨어져 나갈 때 비용과 현재 조직 운영비를 정확히 비교·예측할 수 있어야 회사가 원하는 전략과 맞아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