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특정금전신탁 운용 '문제 있다'
투기등급운용 5402억 부실화...
2003-10-01 서울금융신문사
은행권의 특정금전신탁 중 투기등급에 운용중인 자산에서 거액의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1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중 투기등급에 운용중인 자산은 총 7천879억원이며 이 중 69%인 5천402억원이 부도난 회사의 것이어서 고객들이 큰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날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하나·신한은행 등을 포함, 18개 금융기관의 올 6월말 기준 특정금전신탁 총운용자산 금액은 4만1천532좌 29조7천33억원으로 이 중 투기등급 운용자산 금액이 전체의 2.7%인 1천232좌 7천879억원이고 이 가운데 5천402억원이 부도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SK글로벌 부도채권 1천512억원도 포함됐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1천304억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했고 하나은행(797억원), 산업은행(750억원), 한미은행(658억원), 우리은행(623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김 의원은 은행들이 높은 수익에 대한 유혹으로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하라고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으나 실제 부실에 대한 책임은 모두 고객이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기등급 펀드와 등급내 펀드의 최저 보수율은 적게는 0.04%에서 많게는 1.26%까지 차이가 나고 있다는 것.
특정금전신탁은 원래 고객이 직접 신탁재산의 운용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형태의 신탁상품이지만 실제 대부분의 경우 은행이 투자대상 자산을 선정하고 이를 고객에게 알리는 식으로 운용돼 왔다. 이런 관행에 따라 은행들은 고수익에 대한 유혹을 통해 고객들에게 투기등급 유가증권을 적극 추천해 왔다.
김 의원은 은행의 고유자금으로 투기등급 유가증권에 투자할 때는 별도의 결의를 거치는 등 자체 은행 규정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며 은행의 행태를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