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기대감, 강남 재건축 '일단 정지!'
2008-02-27 이광호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을 중심으로 이사를 갔던 주민들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아파트 단지로 회귀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실제로, 잠원동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요즘 평균 하루에 3세대에서 5세대까지 새로 이사를 들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지의 경우 재건축을 위해 지난해 이주를 끝냈던 가구는 2백여 가구에 달했으나, 이 중 140여 가구가 최근 다시 이사를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규제완화 기대감 때문인데, 새정부 출범으로 참여정부 하에서 추진했던 재건축 계획을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것. 재건축을 추진했던 반포 H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주했던 주민들이 재건축 사업의 수정을 요구하며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렇게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강남권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한다.
이같은 기대감은 재건축 사업 추진 중단에 그치지 않고, 강남권 아파트 가격상승을 견인하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 반포동 에이아이디 차관아파트 73㎡형은 2천만 원, 개포동 주공1단지 45㎡형은 3천만 원씩 가격이 올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강남권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은 호가를 올리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반면, 매수자들은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전국 집값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늠자와 같은 강남 재건축아파트에 이같은 이상조짐이 나타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새 정부의 주택 정책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27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 참석해 1가구 1주택에 대한 중과세 등 현행 종부세제를 비판하면서, 집값안정을 전제로 종부세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자칫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변화에 대한 기대심리로 인한 이같은 '눈치보기'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더욱 냉각시키고, 향후 정책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또 다른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광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