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이어 한은도? '디지털화폐' 연구 진행···"도입 전제 아냐"
49.6억원 연구 용역···연내 1단계 완료 및 내년 6월까지 2단계 계획 한은 "CBDC 발행 필요성 크지 않아···연준도 신중한 입장 고수 중"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중앙은행 주도의 디지털화폐(CBDC)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던 미국에서 '디지털 달러' 발행을 시사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CBDC 모의실험에 나선다. 다만, 한은은 이번 연구가 CBDC 도입을 전제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며, 향후 도래할 수 있는 환경에 대비하는 수준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은은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24일 공개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부터 CBDC 연구를 본격화했으며, 올해 3월중 업무프로세스 분석 및 외부 컨설팅이 마무리한 바 있다. 한은은 미래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대비해 CBDC 관련 제도적·기술적 필요사항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유희준 한은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기술반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가상공간인 클라우드에서 동작하는 CBDC 모의실험 환경을 조성하고 CBDC의 활용성을 점검하는 한편, 제반 IT시스템에 대한 성능 테스트를 수행할 계획"이라면서 "모의실험 환경은 독자적 CBDC 기술 연구를 위해 특정 IT기업 또는 민간 디지털화폐 등에 종속되지 않도록 오픈소스 기반으로 CBDC 플랫폼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한은이 CBDC 제조·발행·환수 업무를 담당하고, 민간이 이를 유통하는 2개층 운영방식을 가정해 분산원장 기술 등을 활용하는 등 CBDC 모의실험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연구는 49억6000만원 이내 예산에서 착수일로부터 10개월까지 진행되며, 연말까지 CBDC 기본기능에 대한 1단계 실험을 완료하고, 조성된 실험환경을 통해 확장기능 실험 및 개인정보 강화기술 적용 여부 등에 관한 2단계 실험을 내년 6월까지 수행하게 된다. 한은은 CBDC 타당성 검증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은 이번 연구가 CBDC 도입을 전제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성관 디지털화폐기술반 팀장은 "기본적인 연구 차원에서 진행하는 수준이며, 한은은 여전히 CBDC 발행 필요성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현금 비중이 점차 낮아지는 시대가 도래할 때 안전자산이며 공공재 성격의 화폐기능처럼 지급수단으로써 CBDC가 활용될 가치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들이 연구 단계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사용예가 분명해지고 확신이 든다면 CBDC 도입에 대한 로드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역시 기존 여러번 연설을 통해 연구는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해 왔으며 결과가 오는 6월에 발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도 "연준은 분석해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으며 도입에 속도를 낸다고 밝힌 바가 없다. 한은은 연준의 CBDC 입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영향을 크게 받고 있지는 않으며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화폐 도입시기와 관련해선 "CBDC 도입에 따른 사이버 보안의 문제들 외 기술적 어려움이 있으며, 금융에 미칠 여파도 적지 않아 신중하게 보고 있다"라며 "CBDC 도입 자체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도입 시기를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얘기"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한은은 서류 제출 기한에 대해 "이날 사전공고를 기해 5일이 지나게 되고, 5일간 별도의 의견이 없을 경우 공공보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