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들 "韓 금융시스템 최대리스크, 가계부채 누증"

한은 '2021년 상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

2021-06-11     박성준 기자
금융시스템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국내외 금융·경제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으로 급증하는 가계부채 수준을 꼽았다. 높아진 가계부채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를 억제하는 등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국내외 금융기관 임직원 등 금융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상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는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위험 요인과 발생 가능성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12년부터 연 2회씩 실시하는 설문조사다. 상반기 설문조사에는 지난달 10~25일 국내외 금융기관 임직원과 해외 금융기관 한국투자 담당자 등 82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이들 전문가가 1순위로 꼽은 금융시스템 위험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으로 나타났다. 단순 응답빈도수 기준으로 대내요인은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46%)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코로나19 재확산 및 백신접종 지연 가능성(37%) △부동산시장 불확실성(29%) 등이 뒤를 이었으며, 대외요인으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37%) △글로벌 자산가격 상승 및 급격한 조정(34%) △미중갈등 심화(34%) 순이었다.

1순위 응답빈도수 기준으로는 코로나19 재확산 및 백신 접종 지연 가능성(16%)이 가장 높았으며, 글로벌 인플레이션(15%),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14%)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서베이 결과와는 달리 응답자 50% 이상이 선택한 두드러진 리스크 요인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으며,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글로벌 인플레이션, 미중 갈등 심화, 부동산시장 불확실성 등은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등장했다.

지난 상반기 조사 당시 순위권에 들었던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 대선 이후 미 정부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 고용악화 등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 기업실적 부진 및 신용위험증대 등은 이번 조사에서는 빠졌다.

가계부채 누증 리스크는 앞으로 1~3년(중기) 이내에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미중 갈등 심화, 부동산시장 불확실성 등도 중기 리스크에 속했으며, 단기(1년 이내) 리스크로는 △코로나19 재확산 및 백신 접종 지연 가능성 △글로벌 자산 가격 상승 및 급격한 조정 등으로 분류됐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소폭 하락했다.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해 '높다'고 답한 비중은 57%로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2%포인트(p) 낮아졌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같은 기간 2%p 상승한 42%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시급한 과제로는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대응 지원조치 정상화 또는 완화적 정책기조 축소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