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시계 '째깍째깍'···영끌·빚투족 "나 지금 떨고 있니?"
이주열 한은 총재, '연내' 금리 인상 의중 '기정사실化' 가계부채 매년 증가율↑···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 높아 "금리인상 충격 최소화하기 위한 취약차주 옵션 필요"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제로금리' 시대를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앞서 언급한 '금융불균형' 메시지들로 긴축 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했다. 그런데 한은이 예상보다 빨리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아예 못을 박고 나선 것이다.
한은이 금리인상을 앞당기기로 한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이지만 가계대출 누증이 가장 큰 이유다. 거시경제 전반을 생각할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고 있는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거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함이지만 기존 대출자들에겐 큰 부담이기도 하다.
한은이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영끌', '빚투' 등 이미 급격히 불어난 가계대출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24일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기자설명회에서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에서 금리를 한두 번 올리더라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일 것"이라며 "금리정책 정상화를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실기하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상 지금의 금리는 0% 물가를 고려해 이례적으로 조정한 것이라, 연내 적절한 시점부터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4월 진행한 금통위 회의에서 처음 금융불균형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꾸준히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발언을 섞어낸 바 있다. 미국에서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금리 인상 압박 강도는 더욱 높아졌고, 이 총재 역시 5월 금통위 및 창립 제71주년 기념사 등을 통해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문제는 이미 불어난 가계대출에 있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가계신용통계 기준)는 지난 1분기말 1765조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5%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는 지난 2019년 3분기(3.9%) 이후 △2019년 4분기 4.1% △2020년 1분기 4.6% △2분기 5.2% △3분기 7.0% △4분기 7.9% △2021년 1분기 9.5% 등 매해 증가율이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가계대출은 연체율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지만, 가계 채무상환부담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경기회복이 부문·업종 간 차별화될 경우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만기가 짧고 변동금리 방식이 주종인 신용대출의 증가 흐름은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021년 4월말 국내은행의 가계신용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73.0%로 집계돼,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비중(3월말 기준 61.7%)을 상당폭 상회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빚어진 초저금리시대가 자산가격을 부추기고, '영끌(영혼을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금리 인상이 진행될 때에는 이들의 대출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연체율을 높이는 등 우리나라의 질적인 금융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가계 소비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20·30대의 부채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전국 가구당 평균 부채는 8256만원으로 나타났는데, 연령대별로는 △20대 3479만원 △30대 1억82만원 △40대 1억1327만원 △50대 9915만원 수준이었다. 사회초년생으로 자산형성이 미약한 20~30대 빚으로는 적지 않은 숫자다. 또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대출을 새로 받은 신규차주 가운데 30대 이하 비중은 58.4%, 신규 대출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3%였다. 이 비중이 지난 2018년 각각 51.9%, 46.5%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내외 경제 흐름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추세적인 움직임으로 전환됨에 따라 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나빠진 가계대출 상황에 따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세계적으로도, 국내에서도 기저효과가 아닌 추세적으로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경향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아울러 부동산·주식 등의 자산가격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까지도 투기 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선 (연내 금리를) 올릴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생계형 대출, 은퇴 세대가 자영업에 뛰어든 데 따른 대출, 2030세대의 '벼락거지' 탈출을 위한 추격 매수 대출 등의 영향으로 최근 가계대출의 상황은 질적으로도 더욱 나빠졌다"라면서 "가계에 빚어질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출이) 대부분 변동·단기로 조성돼 있으므로 일부 만기 연장, 고정금리 변동 등의 옵션을 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