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융②] 법정금리 인하 D-6···'고금리' 사라진다
정책서민금융상품·중금리대출 강화 이달 말 은행권 '햇살론뱅크' 1차 출시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가 눈앞에 다가온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금리 인하로 제도권 금융 밖으로 내몰리는 소비자가 없도록 정책서민금융상품, 중금리대출을 강화하는 동시에 불법사금융과는 전쟁을 선포했다.
낮아지는 금리 상한선에 하반기부터는 금융권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고금리 대출이 많은 2금융권이 본격적인 금리인하 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착한 정책의 역설'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0월까지 불법사금융 집중 단속···부작용 대응
금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기관은 이날부터 오는 10월까지 넉 달 동안 불법사금융에 대한 고강도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이른바 '검은 시장'이 커지지 않도록 예방부터 단속, 처벌, 피해구제까지 단계별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최근 정책금융이나 금융회사를 사칭한 불법광고가 기승하고 있는 것과 관련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경찰과 지자체, 금감원 등 단속 유관기관 간 연계를 통해 선제적 압수수색을 추진한다.
처벌 수위도 한층 높인다. 악질 불법사금융업자는 구속수사로 강경 대응하고, 조직적 불법행위일 경우 수사 단계부터 적극적인 몰수·추징 보전조치를 해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하기로 했다. 특별근절기간은 일단 4개월간 운영경과를 토대로 추가연장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불법사금융에 칼을 빼든 것은 금리 인하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진 탓에 제도권 금융 문턱을 넘지 못한 소비자들이 불법사금융에 손을 뻗을 수 있는 만큼,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실제 지난 2018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로 낮아졌을 때 금융당국이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갔을 것으로 추산한 이는 5만여명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당시 고금리 대출자의 18.7%에 해당하는 26만1000명의 금융 이용도 축소됐다.
◇카드·캐피탈사·저축은행, 고금리 줄인다
최고금리 인하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금융권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카드·캐피탈사와 저축은행들은 제도적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기존 거래고객까지 연 20% 이하로 금리를 내리기로 했다. '고금리' 꼬리표를 떼기 위한 작업이다.
이번 조치로 현재 여신전문금융회사를 이용하고 있는 카드(현금서비스·카드론·리볼빙 등), 캐피탈(신용대출 등) 차주 약 264만명이 총 1167억원 내외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기존 대출자 58만2000명, 금액으로 2444억원의 이자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금융상품 출시 역시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고금리대출을 이용 중인 기존 고객이 금리가 더 낮은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오는 7일 대환대출 상품인 '안전망대출2'을 3000억원 규모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책지원대출인 햇살론은 기존 17.9%(햇살론17)에서 2%포인트(p) 인하해 '햇살론15'로 재출시한다. 연체 없이 성실하게 상환하면 매년 금리를 1.5~3.0%p 낮춰주기로 했다.
◇착한 정책의 역설?···"정책금융상품 규모·지원 늘려야"
향후 금융당국은 인하된 최고금리가 시장에서 안착될 수 있도록 △대부업 제도개선 △중금리대출 활성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이달 말에는 저소득·저신용층의 금융 이용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금융상품 햇살론뱅크가 1차 출시된다.
오는 10월 은행권의 서민금융 출연을 앞두고 출연금을 활용한 햇살론뱅크 출시에 13개 은행이 참여한 가운데, 오는 26일 IBK기업·NH농협·전북·BNK경남은행에서 1차 출시 될 예정이다. 햇살론뱅크는 하반기까지 3000억원 공급을 목표로 시범운영된다.
다만 정부의 보완책에도 일각에선 금리 인하가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책금융의 경우 재원이 한정적인 데다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효과 이면에 금융권의 '차주 가리기'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업 시장은 벌써부터 쪼그라들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로 경영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물론이고, 대부업 대출잔액은 14조5000억원으로 2020년 6월 말(15조원)과 대비 5000억원(3.4%) 줄었다. 대부업체들의 주요 영업 대상인 저신용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곧장 대부업 시장 위축과 저신용자들의 불법사금융 이용으로 이어진다는 식의 관측은 섣부를 수 있다"면서도 "수요자들에겐 제도권 금융 내에서 급전을 빌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떠밀리지 않도록 정책금융상품 규모와 지원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