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부채 함정까지···금리인상 놓고 복잡해진 한은

한은, 15일 금통위 회의···통화정책 방향 결정 "금리 동결 예상···경제 충격 정도 예상 어려워"

2021-07-14     박성준 기자
이주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하루 앞두고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앞서 한은은 '연내 금리 인상' 메시지를 지속해서 시장에 내비쳤지만,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금리 인상 시나리오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더욱이 금통위 내부에서 '부채 함정(Debt-Trap)'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추경 확대 논의까지 불거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정상화 행보는 다소 제한적일 전망이다.

한은은 오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한은은 지난 5월27일 금통위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대해 언급하고 나선 뒤, 꾸준히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상황 브리핑을 통해 금리 인상 시기를 '연내'로 못 박으면서, 빠르면 이달 또는 내달쯤 금리 인상 결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한은이 이처럼 시장의 전망보다 빠르게 금리 인상 시기를 조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견조한 수출 흐름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기저효과를 뛰어넘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백신 보급 확대와 함께 코로나19 확산 추이도 점차 수그러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도 완화되고 있었고, 대면 경제 활동도 천천히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은의 이런 시나리오에 변수가 발생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통화정책 정상화 시나리오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13일 오후 9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1440명으로 또다시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규 확진자 추이는 지난 7일부터 일주일째 매일 1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수도권 일대로 확산세가 커지자 정부는 수도권 전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4단계까지 격상시키는 등 전례없는 고강도 대응에 나섰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내수 부진이다. 거리두기 강화가 회복세를 보이던 민간소비와 고용 회복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 피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초 한은이 준비해오던 예상 시나리오에는 전제 조건으로 코로나19 및 경기 회복 안정세를 뒀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지난 확진 추이보다 더욱 무섭게 퍼져 나가면서 금리 인상 시기도 함께 뒤로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3일

불어날 대로 불어난 금융불균형 누증에 따른 부채함정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부채함정은 과도한 부채로 인해 금리 인상을 진행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을 얘기한다. 가계부채(가계신용통계 기준)는 지난 1분기말 1765조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5% 증가했으며, 지난 2019년 3분기 이후 증가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가계 대출 및 기업 대출, 정부 융자 등을 포함한 명목 국내총생산(GDP)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1분기 216.3%를 기록했다. 부채 규모가 경제 규모를 2배가량 웃돌고 있는 것이다.

이 중 가계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60~70% 수준을 차지하고 있어 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통위의 한 위원은 지난달 22일 정례회의를 통해 "민간 부문의 부채가 더욱 증가한다면 우리 경제가 부채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부채 규모가 어느 수준에 달할 때 부채함정에 빠지게 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33조원에 달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증액 논란도 한은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폴리시믹스(정책조합)'를 통해 시장에 돈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수십조원에 달하는 재정 지출·부채 수준도 그간 '가보지 못한 길'이다. 2차 추경은 지난 3월 14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에 이은 두 번째 추경으로, 정부가 실제 돈을 투입하는 '세출증가' 기준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여기에 더해 4차 대유행 상황이 심각하니 여야 모두 추경 재편성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2조원 규모의 국가 채무 상환 계획을 없던 일로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같은 금리 인상 부담 요인을 고려할 때 한은이 단기간 내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을 가져 가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전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많은 언급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한은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할 것으로 예상돼 당장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앞선 대유행과 비교해 이번 4차 대유행에 따른 충격은 상대적인 충격 정도가 어느 수준일지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전반적으로는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