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천랩 품고 '레드바이오' 키운다
983억원 들여 지분 44% 확보···"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기술 개발 주력"
[서울파이낸스 천경은 기자] CJ제일제당은 21일 "생명과학정보 기업 천랩를 인수하며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기반 차세대 신약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총 983억원을 들여 천랩의 기존 주식과 유상증자로 발행될 신주를 합쳐 44% 지분을 확보하고 최대주주가 된다.
천랩은 이날 최대주주인 천종식(천랩 대표이사)과 주주인 상하이 ZJ바이오테크가 총 62만5233주(15.99%)를 CJ제일제당에 양도하는 계약을 했다고 공시했다. 양수도 대금은 총 250억932만원이다. 이 계약과 별도로 천랩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따라 보통주 195만4924주를 발행하면 CJ제일제당이 인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천랩 인수 이유로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류 기술 및 플랫폼 확보"를 꼽았다. 미생물과 생태계란 뜻의 영어 '마이크로브'(Microbe)와 '바이옴'(Biome)을 합친 마이크로바이옴은 수십 조개에 이르는 사람 몸속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가리킨다.
천랩 인수에 대해 CJ제일제당은 농업·식품 분야 그린 바이오와 환경·에너지 분야 화이트 바이오에 이어 의료·제약 분야 레드 바이오로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미 보유한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물질 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버무려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게 CJ제일제당 설명이다.
게다가 유용한 마이크로바이옴은 맞춤 건강기능식품 분야로 활용 가능하다. 몸무게가 70㎏인 성인은 보통 38조개에 이르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건강에 도움이 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가려내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 활용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콜레스테롤 및 혈당 수치 조절과 뇌신경 전달물질 생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2009년 설립된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췄다. 국내 최대 규모 마이크로바이옴 실물균주 5600여개를 보유 중이다. 신약 관련 미생물 자료 분석 능력도 천랩의 강점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차세대 기술로 여겨지고 있어 천랩 인수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전략적 투자"라면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그린 바이오와 고부가가치 화이트 바이오에 이어 레드 바이오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