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이자이익' 은행권, 눈총 받을라 '표정 관리'
5대 은행, 순이자이익 15.4조···5곳 중 4곳, 순이자마진(NIM)도↑ '제로금리'·'유동성 파티'에 예대마진↑···하반기도 '실적 잔치' 기대 "자영업자·소상공인 어려움 커지는데 과도한 '이자 장사'"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빚어진 '제로금리' 시대가 장기화되고 시중에 돈이 넘치자 은행이 챙기는 '예대마진(대출과 예금금리 차이로 생기는 이익)'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로 부채가 한계치에 임박한 가운데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 은행들의 이자수익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불황을 먹고 큰 은행들이 과도하게 '이자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농협은행 등 5대 은행들의 순이자이익은 총 15조45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순이자이익인 14조1462억원보다 9.28%나 증가한 규모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3조6972억원으로 상반기 가장 많은 순이자이익을 기록했으며 1년 전과 비교해 12.87% 확대됐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2조9505억원에서 3조1662억원(7.31%↑)으로 불어나 순이자이익 3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2조9157억원, 2조825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9.52%, 7.64% 성장했다. 농협은행은 같은 기간 8.40% 늘어난 2조85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이자수익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저금리 시대'와 맞물려 유동성이 풍부해진데다 투자열풍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예대마진 개선이 가장 큰 이유다. 수신금리는 기준금리에 맞춰 낮게 유지하고, 여신금리는 시장을 반영해 높였다.
대출 잔액과 금리는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0% 금리 수준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덕에 상대적으로 이자가 싼 저원가성 예금에 들어오는 돈도 늘어나면서 낮은 비용으로 대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통화 및 유동성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5월중 시중통화량은 3385조원에 달했다. 이중 금융회사의 평균 요구불예금 잔액은 374조25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4조9777억원)과 비교해 27% 늘었다.
이런 영향으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도 높아졌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1.53%에서 올해 상반기 1.56%로, 신한은행은 1.39%에서 1.40%로 상승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1.41%, 1.37%를 기록하며 0.04%p, 0.03%p 높아졌다.
저금리 기조에 빚투는 계속 늘어나고, 대출금리는 꾸준히 오름세다. 가계부채(가계신용통계 기준)는 지난 1분기말 1765조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5% 증가했고, 지난 2019년 3분기 이후 매 분기마다 오름세는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주요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지난 1년새 1%포인트(p)에 가깝게 뛰었고, 5월 예금은행의 예대마진(잔액기준)은 2.12%p로 집계돼 지난해 말(2.05%p)보다 확대됐다.
게다가 가계대출 누증을 막기 위해 한은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보다 앞서 시중은행들에게 대출 금리를 인상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대출이 이미 한계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대출 금리는 오를 일만 남아 하반기 은행 실적도 좋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예금 금리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대출 금리만 올리는 은행권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에 따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저금리 수혜에 상응하는 사회적 행보에도 적극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저금리 및 풍부한 유동성 시대에 상당히 많은 대출이 이미 진행됐고, 높은 예대금리차에 따른 수익은 좋을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반면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금융권의 프로그램, 상품들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으로 볼 때 민간 금융업계가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금융권 전체가 사회적 책임을 위해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