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發 '집값 고점' 경고에도···아파트 매수심리 더 강해져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시장 과열 경고에도 전국 아파트 매수 심리는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정비사업 이주수요에 방학철 학군 수요까지 겹치며 전세난 심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26일 조사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7.8로 지난주(107.7)보다 0.1포인트(p) 상승했다.
매매수급 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뜻한다. 기준선인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6월, 약 3년 반 만에 기준선인 100을 넘긴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까지 100∼110 사이에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다가, 12월 110을 넘긴 뒤 올해 1∼2월 115.0까지 올랐다. 이는 부동산원이 이 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이 담긴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기대감에 매수 심리가 다소 진정되면서 3월 110 아래로 내려간 뒤 최근까지 106.0∼109.4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수도권은 111.6으로 지난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가 114.1에서 114.5로 올랐고, 인천이 109.9에서 108.7로 낮아졌다.
서울도 107.7에서 107.6으로 소폭 내렸다.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누면 최근 16주 연속 서울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값 상승률을 기록 중인 노원구와 도봉·강북구 등이 속한 동북권의 매매수급 지수가 110.1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다만, 지수는 전주 대비 0.3p 낮아졌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가 있는 동남권이 108.8에서 108.9로 올라 그다음으로 높았고 서남권(106.5→107.0), 도심권(104.5→103.4), 서북권(102.4→101.7) 등의 순이었다.
부동산원은 "아파트 거래 활동이 위축된 분위기지만, 개발 기대감이 있는 재건축 단지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저가 단지에 수요가 몰리며 아파트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역시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7.4로 전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2019년 10월 넷째 주 이후 1년 8개월 동안 줄곧 기준선을 웃돈 것이다.
서울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 이주수요에 방학 이사철 학군 수요가 겹치며 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계·상계·월계동 등 강북 주요 학군이 있는 동북권이 111.3에서 110.1로 내렸으나 서울에서 가장 높았고, 강남 주요 학군이 몰려 있는 동남권이 105.8에서 107.2로, 목동 등 학군이 있는 서남권이 105.2에서 105.7로 각각 올랐다. 서북권은 106.3에서 105.9로, 도심권은 105.9에서 104.4로 각각 내렸으나 여전히 기준선을 웃돌았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 철회 영향이 있거나 신규 입주 물량이 있는 지역은 전셋값 상승폭이 축소됐으나, 재건축 이주수요가 있는 지역과 인기 학군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이 계속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