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대한항공, 송현동 땅값 평가 착수···연내 매각될까

시 "보상비 4671억"vs 대한항공 "5천억 이상" 이견 감정평가법인 평가액 '촉각'···'교환부지 선정'도 변수

2021-08-04     주진희 기자
대한항공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 부지 가격을 책정키 위한 평가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다만 이번 매각의 핵심인 교환 부지선정이 지연되고 있어 연내 작업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4일 항공·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시는 지난달 30일 송현동 부지 가격 책정을 위한 감정평가를 벌이고자 행정 절차를 개시했다.

금액 선정은 양측이 각각 2곳씩 추천한 감정평가법인들이 평가한 금액의 산술 평균액으로 한다.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지역의 입지, 주변 시세 등을 반영해 객관적인 땅 가치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만일 최고, 최저 업체가 내놓은 금액의 차이가 10% 이상 날 경우 재감정에 들어간다.

해당 부지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소유의 3만7141㎡(약 1만 1235평) 규모의 토지로, 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핵심 자구안이다. 시는 이를 매입해 공원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을 전시할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가칭)' 후보지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간 양측은 부지 금액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시는 지난해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했지만 대한항공은 시세를 고려해 최소 5000억원에 매각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최종 가격은 양측이 원하는 두 액수 사이 금액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공시지가 등 공식적인 검증 절차를 걸쳐 평균가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산정 값은 공정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매각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사서 서울시 소유의 땅과 맞교환하는 '제3자 매입'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주 핵심인 교환 부지 선정은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송현동 땅을 직접 사들일 경우 대금 지불에 시간이 걸리다는 점을 감안해 LH가 먼저 땅을 매입한 이후 서울시 땅과 맞교환하기로 한 것이지만, 아직 마땅한 교환 부지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안으로는 LH와 교환할 부지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다양한 후보를 두고 논의하고 있지만 제도적인 부분 등 고려해야할 문제가 많고 까다로워 쉽게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내 마무리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려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시는 마포구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부지를 LH에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했다.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국토교통부가 신규 주택공급 부지로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부지에 35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었기에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평가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마포구 등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가 대체 후보로 떠올랐으나 최근 공시가격 급상승으로 송현동 땅과는 '체급'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와 이 방안도 쉽지 않게 됐다.

앞서 서울시와 대한항공, LH는 지난 4월 26일 국민권익위원회 주재 하에 열린 현장조정회의에서 '교환할 시유지가 정해져야만 매각을 이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정서에 서명한 바 있다. 즉, 송현동 부지 매각가격이 정해지더라도 서울시는 LH에 내어줄 시유지가 결정되지 않으면 매각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대한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작업이 빨리 진행됐으면 한다"며 "연내 마무리 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