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역대 3위'···"올해 800억달러 가능성"(종합)
상반기 경상수지 443.4억달러 흑자···전년比 133% 늘어 견조한 수출 흐름 지속···운송수지, '흑자 전환'·'역대 최대' 해외증권투자 400억달러 넘었다···주식투자도 '역대 1위'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443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6년 534억5000만달러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금액이자,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흑자 기록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흑자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연간 흑자 규모도 기존 예상치인 700억달러를 상회하는 800억달러를 기록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누적 경상수지는 443억4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상반기(190억4000만달러)와 비교해 253억달러(132.9%)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6년 534억5000만달러를 기록한 이래 5년 만에 가장 많은 금액이며, 2016년과 2015년(497억달러)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아홉 번째로 많다.
수출 호조를 기반으로 한 상품수지 흑자가 경상수지 흑자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올 상반기 상품수지는 1년 전 251억3000만달러보다 130억4000만달러 많은 381억7000만달러(26.6%)의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과 수입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수출 증가세가 더욱 높았다. 수출은 같은 기간 2384억달러에서 3017억9000만달러로 633억9000만달러가 증가했다. 이는 백신접종 확대는 물론, 활발한 경기부양책 등에 따른 주요국 경기 회복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품목 및 지역에서 높은 증가세를 기록한 데서 기인한다.
상반기 통관수출 품목별로 보면 1년 전과 비교해 △승용차 50.4% △차부품 42.8% △화공품 39.6% △철강 28.7% △반도체 21.2% 등이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도 △유럽연합(EU) 44.5% △미국 34.5% △중국 23.9% 동남아 21.2% △일본 11.5% 등 고른 상승 흐름을 보였다. 수입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2132억7000만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2636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1년 새 503억5000만달러(23.6%)가 늘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및 설비투자 확대, 소비심리 개선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25.5%)·자본재(22.9%)·소비재(22.7%)가 모두 증가했다.
상반기 서비스수지는 1년 전 95억9000만달러의 적자에서 올해 29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9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운송수지가 화물운송수입 급증에 따라 올해 상반기 58억1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흑자를 달성한 영향을 받았다. 실제 올 상반기 상하이선반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년 동기 대비 232.2%나 증가했다.
본원소득수지는 올 상반기 11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동기(38억1000만달러) 대비 80억2000만달러가 늘어나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배당소득수지(65억1000만달러)도 전년동기(-11억9000만달러)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역대 2위 증가폭을 기록했다. 배당소득수입(172억8000만달러)은 국내대기업을 중심으로 해외현지법인의 직접투자, 배당수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년동기(84억5000만달러)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상반기 금융계좌 순자산(자산-부채)은 338억6000만달러가 증가했다. 특히 증권투자가 73억4000만달러가 증가한 가운데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무려 410억8000만달러가 늘어났다. 이중 주식투자는 상반기에만 394억7000만달러가 늘면서 지난해 상반기(284억8000만달러)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미국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개인을 비롯한 비금융기업의 해외투자가 크게 확대됐다"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 영향도 있지만, 우리 국민들의 포트폴리오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것도 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같은 추세로 볼 때 하반기 역시 견조한 수출 흐름을 바탕으로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 국장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화공품, 승용차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수출이 늘고 해운사 운송 실적 호조, 적극적인 해외투자 등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결과"라면서 "하반기에도 우리 경상수지는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흑자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 33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했으나, 잠정치가 100억달러가량 상회하면서 하반기 약 370억달러 등을 기록한다면 기존 연간 전망치인 700억달러의 흑자를 넘어 800억달러 흑자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 국장은 "당초 조사국 전망치는 상반기 중 330억달러가량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잠정치는 이보다 110억달러가 높은 443억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추세적인 흐름은 대체로 조사국이 파악하고 있는 흐름과 일치한다. 하반기에는 약 37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정확한 규모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산술적으로 볼 때 연간으로는 810억달러 수준을 기록하면서 800억달러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의 범위와 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관건"이라면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변화, 부품 수급 차질 등의 우려 사항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결정하는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