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흐름 지속···원·달러 환율, 1150원 턱밑까지
美 비농업 고용지표발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 '여전' 코로나19 영향에 중국 등 아시아 시장 불안도 한몫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5원 넘게 오르면서 1150원 턱밑까지 올라섰다. 지난주 개선된 미국 고용지표 발표 이후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등 불안한 아시아 금융시장의 영향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5.5원(0.48%) 오른 달러당 1149.8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3.2원 갭업한 1147.5원으로 출발해 꾸준히 상승 흐름을 보였다. 오전 10시 반까지만 하더라도 갭업한 레벨에서 오르내리던 환율은 오후 들어 오름폭을 더욱 높여갔다. 특히 오후 장중 한 때에는 1150.7원까지 상승하기도 했으나, 마감 직전 낙폭을 일부 되돌렸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환율이 올라선 데에는 무엇보다 미국 고용지표 결과가 개선된 영향이 컸다. 지난달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가 94만명을 상회하면서 시장 컨센서스인 87만여건보다 높았다. 이는 민간 고용정보업체인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집계한 지난달 민간부문 신규 고용(33만건)이 시장 예상치(68만건)를 크게 밑돈 자료가 나온 뒤 발표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 주요 인사들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 밤에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가 지난달과 같은 고용 흐름이 한 두 달 이어질 경우 테이퍼링 요건이 충족될 수 있을 것으로 언급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8~9월 일자리가 증가한다면 오는 10월부터는 테이퍼링 시작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일 저녁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시장에선 고용지표 확인한 김에 CPI까지 보고 움직이고자 하는 분위기도 감지되면서 물가상승 우려가 더욱 커질 경우 강(强)달러 움직임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 경기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하루 전 발표된 중국 물가지수(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에서 물가지표의 선행지표 격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두 달 만에 재차 9%(전년동월대비 기준)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를 키웠다. 이 뿐만 아니라 수출부진, 델타 변이발 코로나19 재확산세까지 맞물리며 어려운 경기 상황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또한 아시아권 일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 등 시세가 급변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기관 '팔자' 행렬이 영향을 미쳤다. 한 주 전만 하더라도 외국인은 일주일 동안 약 1조9177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였다. 삼성전자에만 1조원가량 매수에 나서는 등 그간 순환매 장세에서 제외됐던 반도체를 집중 매수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백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소식에 한 주 만에 외국인은 매도세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어제 1042억원을 팔아치운 것에 이어 오늘도 637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수급에서는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일부 있었지만 물량은 많지 않았다.
이응주 DGB대구은행 차장은 "미국 비농업고용지수가 직전 상황들을 고려할 때 예상보다 높게 잡히면서 달러 강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아시아 국가들의 코로나19 재확산세가 확대되는 등 바이러스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라면서 "그래도 1150원을 하회하는 종가로 마무리하면서 다른 아시아권 국가 대비 변동성이 작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1147~1155원 박스권 범위 내로 횡보할 경우 향후 뉴스에 따라 하방 움직임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