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리지·IB 호조···중소형證 상반기 잇단 약진
이베스트증권 자본 1조 안팎 증권사 중 선두···KTB證 전년比 13배 급증 소형사 한양증권도 지난해 연간 상회···사업다각화·틈새시장 공략 '주효'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잇달아 괄목할 실적을 시현했다. 대형사들의 강세가 여전한 가운데서도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기업금융(IB) 등 여러 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저마다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94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34억원)과 비교해 118% 급증한 수준으로, 자기자본 1조원 안팎의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이다. 이미 1분기(457억원)에 지난해 상반기 실적을 넘어선 바 있다.
지난해까지 비교적 약점이던 리테일 부문의 선전이 이어졌고, 디지털 영업본부와 IB부문도 실적이 양호했다. 이베스트증권 관계자는 "각 사업부가 중형사 1위를 목표로 최선을 다해 고른 성과로 이어졌다"며 "이 추세면 사상 첫 연간 순익 1000억원대 최대 실적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은 간발의 차로 선두를 놓쳤지만, 성장세는 타사의 추종을 불허했다. 연결 기준 상반기 당기순이익 928억원으로 전년 동기(64억원) 대비 무려 1327.7% 급증했다. 올 2분기 순이익도 4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1억원)보다 4배 이상 늘었다.
IB부문은 우량딜 중심의 영업을 전개해 반기 만에 전년도 전체 이익의 165%에 달하는 실적을 올렸다. FICC(채권금융) 부문도 구조화 파생상품 판매 등 수익원 다변화로 상반기에만 전년도 전체이익의 2배 이상 거뒀다. 채권영업과 리테일부문, 자회사의 향상도 호실적에 일조했다.
현대차증권은 상반기 순이익 725억원을 거두면서 지난해 기록한 연간 최대 실적(843억원)에 다가섰다. IB와 리테일, 자기자본투자(IB) 등 철저한 시장 분석에 기반한 수익 다각화 전략이 깜짝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SK증권(299억원)과 한화투자증권(752억원)도 대규모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기자본 4000억원에 불과한 한양증권도 약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52% 급증한 503억원을 기록했다. 1999년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연간 전체 순이익(459억원)을 반기 만에 웃돌았다.
한양증권은 자기매매부문에서 3375억원의 영업수익을 거뒀다. 증시 변동성에도 적극적 대응과 전략적 매매, 철저한 리스크 관리 등으로 전년 대비 84% 급성장했다. 대형사들의 전통적 강점인 IB도 118% 증가한 787억원을 거두며 선전했다. 적극적 영업과 틈새시장 공략, 채권자본시장(DMC) 부문에서의 활약에 기인했다고 자평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증권사는 여러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만 호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며 "대형사의 강세 속 틈새시장을 적절히 공략한 중소형사들이 깜짝실적을 거두면서 규모별 '실적 양극화'를 무색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반기엔 그간 실적 개선의 축이던 증시 거래대금 감소가 예상되는 등 증권업에 비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규모 막론하고 저마다 강점을 발휘하는 등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