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금리 정상화 '첫 발'···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은?
"금융불균형 해소 장기화 전망···서두르지도, 지체하지도 않겠다" "일회성 인상, 효과보기 어렵다" vs "점진적, 완화적 기조 표현"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보다 금융불균형 해소가 더욱 시급한 과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1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상황을 해소하기에는 한 번의 금리 인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데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현 금리 상황이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며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6일 기준금리를 기존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금리 인상 결정으로 역대 최저금리 수준이었던 0.5% 금리 시대는 15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또한 지난 2018년 11월 이후 2년9개월 만의 인상 결정이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의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다. 코로나19 재확산세에도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물가상승률이 예측보다 더욱 높게 나타났다는 점, 금융불균형 누적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중에서도 금융불균형 누증은 한은의 금리 인상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금통위 회의 직후 이 총재는 처음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6월 창립 제71주년 기념사 등 가능한 때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메시지를 내비쳤다. 특히 가계부채 누증과 같은 금융불균형 누증을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2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돌파했다. 2분기 증가액(46조1000억원) 기준 역대 최고 상승폭이며, 전년동기(168조6000억원) 대비로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한은도 이같은 금융불균형 해소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총재는 "결국 금융불균형 해소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금융불균형 누적을 완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에 이번 금리 인상 결정으로 첫 발을 뗀 것이며, 이번 인상 한 번으로 (금융불균형 누적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에도 위험선호심리 성향, 차입에 의한 수익추구 행위 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도 저금리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면 정책의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총재는 통화정책방향문에 기재된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에 대해 "서두르지도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하면서 "지금의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다. 25bp(1bp= 0.01%) 인상했지만 실질금리수준은 큰 폭의 마이너스 수준이며, 당연히 우리가 판단하는 중립금리(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기준금리)보다도 지금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기준금리 인상 수준도 여전히 낮다는 견해를 반복적으로 강조한 이 총재의 발언에 업계에서는 연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 주요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지난 1년새 1%p 가깝게 뛰었으며, 지난 6월 예금은행의 예대마진(잔액 기준)은 2.12%p로 지난해 말(2.05%p)보다 확대됐다. 줄곧 한은이 금리 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에 시장에선 꾸준히 금리를 인상했고, 이미 시장의 금리는 인상폭 수준을 상당폭 상회한다.
더욱이 코로나19 충격이 극심했던 지난해 기저효과로 올해 견조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피크아웃(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금리 인상 텀을 길게 가져갈 경우 향후 경기가 둔화됐을 때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속적인 통화정책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 번의 인상으로 정책 효과를 보기 어렵고, 이미 시중금리는 2번의 금리 인상 수준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대해) 텀을 길게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미 경기가 순환국면에선 둔화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다. 이 때문에 긴축이 아닌 정상화시키는 단계로는 뒤로 미루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내보단 내년 1분기께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앞서 뉴질랜드에서도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가 인상 기조를 철회한 것은 물론,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은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빠른 금리 인상 단행이다. '점진적' 단어 사용도 통화 긴축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 사용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발언 톤을 볼 때 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는 확고해 보이며,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이 출발이라는 발언을 볼 때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할 때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물론,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상당히 빠른 움직임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점진적'이라는 표현도 완화적 기조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면 내년 1~2월 금통위에서 인상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