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무조건 응급실 가야 할 소아질환 

2021-09-03     윤봉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
윤봉식

"아이가 아픈데 상태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지, 응급실에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늦은 밤, 아이가 갑자기 아파한다면 부모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소아는 성인처럼 아픈 증상과 부위, 정도를 잘 표현하지 못하고 울기만 할 때가 많아 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때에 따라 자칫 응급상황이 될 수 있어 올바른 대처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응급실을 가장 많이 찾는 증상은 질환과 상해로 구분할 수 있다. 질환 중 가장 흔한 이유는 발열, 복통 등 소화기 증상과 기침 같은 호흡기 증상이다. 상해는 외상, 교통사고, 이물질 흡입, 중독, 화상이 많다. 

아이의 열이 38도 이상이면 해열제를 주는 게 좋다. 해열제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이나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부루펜, 맥시부펜)가 있다. 6개월 이하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이 안전하다. 약은 복용하고 보통 30분~1시간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열이 잘 안 떨어진다고 바로 다른 약을 추가로 주지 말고, 1시간 정도 지난 뒤에도 이전 체온보다 오르거나 비슷할 경우에 먹이는 것이 좋다. 

해열제를 먹고도 열이 내리지 않는다면 미온수 마사지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열이 날 때 곧바로 미온수 마사지를 하면 아기가 보챌 수 있고, 오히려 체온이 안 떨어져 아이만 힘들게 된다. 그러니 해열제를 먹이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경과 관찰 후에도 열이 높으면 그때 미온수 마사지를 하는 것이 좋다.

미온수 마사지를 할 때는 아이의 옷을 모두 벗기고 30~33℃(보호자 손을 넣었을 때 따뜻하다 정도) 미지근한 물에 수건을 적셔서 목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큰 혈관이 있는 부위를 먼저 닦는다. 이어 팔과 다리를 문지르며 마사지해준다. 단, 마사지는 30분 이상은 하지 않는다.

아이는 성인보다 적은 수분 부족만으로도 쉽게 탈수가 온다. 탈수가 오면 아이는 잘 먹지 못하고 처지며 소변 양이 줄게 된다. 또 구강이나 혀가 마르고, 피부색이 창백하거나 얼룩덜룩하게 보인다. 영아는 흔히 '숨구멍'이라고 부르는 대천문이 쑥 들어다는 경우도 있다.

체중이 줄 수도 있는데 평소 체중의 10% 이상 갑작스러운 감소는 중증 탈수가 의심된다. '모세혈관충혈시간'이라고 해서 손끝이나 발끝을 눌렀다 떼었을 때, 2초 안에 애초 피부색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탈수를 의심할 수 있다. 아이가 무언가 마실 수 있다면 수분이나 경구용수액제제를 소량씩 자주 마시게 한다. 단, 주스나 이온 음료는 당 성분이 높아 오히려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아이가 구토한다면 일단 게움과 구분이 필요하다. 음식물이 위나 식도에서 역류하면서 게워낼 때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아 시기에는 수유 뒤 트림하거나 분유를 급하게 많이 먹어서 게워내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는 소량씩 자주 준다든지, 먹고 바로 눕지 않게 하는 등 식이방법을 바꾸면 호전된다.

구토는 구역을 동반한 비자발적이며 강압적인 음식물의 배출로 게워내는 것처럼 흘러나오지 않고 왈칵 쏟아 분출하게 된다. 원인은 나이에 따라 다양하지만 소아에겐 위장관 이상이 가장 흔하다. 원인은 바이러스 위장염이나 매복변, 위식도역류, 식품알레르기 등이다. 

드물게 신생아기에 반복적인 구토를 보이는 선청성 비후성 유문협착증이나 장 이상 회전으로 인한 염전증, 혈변을 보이는 장중첩증 등 생명에 위협적인 질환일 수도 있어 감별이 필요하다. 만약 식사와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구역·구토하면서 24~48시간 지속될 경우 병원을 찾아 검사받는 게 좋다.

아이가 얼굴을 찡그리고 숨을 잘 못 쉬거나 배를 움켜잡고 몸을 쭈그리며 보채고, 땀을 흘리며, 자다 깰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응급실을 방문할 정도로 급성 복통은 수일 내에 발생한 통증으로, 심한 세균 감염성 위장염을 비롯해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한 장중첩증과 맹장염 등이 있다. 

무조건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증상은 생체 활력 징후에 이상을 보이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갑자기 쌕쌕거리며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호흡이 가뿐 경우, 얼굴이나 입술이 푸르게 보이는 청색증 소견을 보일 때다. 

그밖에 계속 졸려 하고, 처지거나 의식 저하를 동반한 실신,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가슴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경련 발작이 일어나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자다가 깰 정도의 견디기 힘든 흉통이나 복통과 두통, 지속적인 고열, 심한 반복적 구토, 심한 핍뇨나 소변을 못 볼 때도 응급진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