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칼날'에 속수무책···네이버-카카오, 반등은 언제?
정부·여당 독점 규제 조짐, 핀테크 사업 제동에 투심 급랭 이틀간 시총 도합 19조↓···"우려 과도, 실적 영향 제한적"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그간 파죽지세로 시가총액 '2인자' 아성을 위협했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돌연 급락세다. 정부·여당발(發) 강력한 규제 조짐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려는 과도하다며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좀체 풀리지 않는 형국이다.
9일 오후 1시39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는 전장 대비 1만1500원(2.81%) 내린 39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8% 가까이 급락한 데 비해 하락폭은 크게 줄었지만, 석 달 만에 30만원 선으로 고꾸라졌다. 네이버보다 금융업 비중이 높은 카카오는 7.22% 떨어진 12만85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10.06%)에 이은 급락세로, 역시 석 달 만에 최저치다.
네이버(-7.87%)와 카카오(-10.06%)가 전날 기록한 낙폭은 각각 2015년 7월, 2012년 10월 이후 가장 크다. 외국인은 카카오를 4320억원, 네이버를 2280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일간 순매도 종목 1~2위로, 3위 카카오뱅크(696억원)을 크게 압도했다. 전날부터 현재까지 두 종목에서 증발한 시총은 도합 19조원에 육박한다.
네이버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 시총 73조원으로 2위 SK하이닉스를 3조원 차이로 바짝 뒤쫓았지만 단번에 10조원대로 벌어졌다. 카카오 역시 전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이날 삼성전자우에 자리를 내주며 6위로 밀렸다. 올 들어 비대면 트렌트 확산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던 두 종목의 주가는 단번에 곤두박질치면서 210만 명 투자자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여당과 정부의 잇단 규제 움직임이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7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5년 45개였던 카카오그룹 계열사는 지난해 118개로 증가했는데,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의 문제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네이버와 카카오의 일부 온라인 금융 플랫폼의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중개' 행위로 판단, 시정조치를 요구한 것도 투심 냉각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부터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계열 금융 플랫폼에서 펀드와 연금 등 다른 금융사의 투자 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없게 된다.
핵심 모델로 추진한 사업으로, 빅데이터를 통한 금융 상품 판매·중개가 불가능해진 우려가 시장 전반에 퍼진 모습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치권에서 인터넷 플랫폼 규제 논의가 나오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면서 "시장 독점 행위 규제 강화와 핀테크 사업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사업 규제를 시작으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전방위 규제 확산 우려가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그럼에도 현재의 주가 급락은 과도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주가 고점에서 차익 매물이 확대되면서 낙폭을 키웠으며, 단기적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은 영업수익의 95% 이상이 간편결제인 것으로 파악되고, 그 외 스마트스토어 판매자향 대출 중개 및 소액 신용결제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추세"라며 "따라서 증권 및 보험 상품의 중개행위에 대한 규제 영향권 밖에 있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의 경우 금소법을 준수하기 위한 준비를 6개월 전부터 해 온 상황으로, 증권, 보험, 대출 중개에 관한 인허가를 득한 상태"라며 "플랫폼 상 금융소비자가 명확히 인지하도록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를 개편하고 고지한다면 사업을 영위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페이의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장기적으로 사라질 것이란 우려는 다소 과도한 반응"이라며 "네이버페이 및 카카오페이 등에 대해 시장에서 부여하고 있던 기업가치가 10~15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하락 역시 과도한 수준"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