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전금법, 빅테크에 '규제차익' 제공"···'준 카드사' 반발

금융당국, 전통 금융권 불만의 목소리 취합 카드업계 "유사여신·결제기능···동일 규제 적용"

2021-09-14     유은실 기자
카카오페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금융당국이 빅테크 규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기울어진 금융판(板) 운동장의 균형추를 복원하겠다고 나섰다. 금융협회를 대상으로 의견을 취합 중인 가운데 여신업계에서도 그간 불공정하다고 여겼던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빅테크와의 규제차익 문제'에 대한 전통 금융권의 목소리를 취합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내 후불결제와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카드업계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서 가장 걱정했던 대목은 '후불결제'다. 빅테크가 플랫폼 내에 후불결제 기능을 도입하게 되면 라이선스 없이 '준 카드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후불결제가 신용공여로 여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데, 같은 법적 테두리 안에 있지 않으면 비금융 데이터로 무장한 빅테크가 규제는 피하고 혜택만 누릴 수 있다는 있기 때문이다. 전금법을 놓고 '빅테크 특혜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금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해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하고자 만들어진 법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전금법 전면 개편을 토대로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 방안을 내놨다. 여기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업자가 소액 후불결제 기능을 제한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이 담겼다.

금융당국이 규정한 개인 결제 한도(30만원)로 예를 들면 A페이 계좌에 10만원이 있는 경우 40만원까지 결제가 가능해진다. 결제 대금 부족분인 30만원을 A페이가 대신 내주기 때문에 이용자는 추후 결제일에 맞춰 30만원을 내면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초 금융위가 후불결제 기능이 여신 기능으로 작동되지 않도록 규모를 제한한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신용공여로 여신 기능을 수행한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간편결제 시장 성장세를 고려하면 사업자 한도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개인 결제 한도가 30만원이라는 정액으로 설정된 것과는 다르게 사업자에게는 '직전 분기 총 결제의 50% 내외'라는 규모가 설정되면서 사업자가 지급 여력이 넘는 금액을 후불결제로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른 상황이라 결국 전금법이 빅테크에게 '유사 수신'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간편결제시장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의 간편결제서비스 이용실적은 5590억원, 1821만건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12.5%, 12.9% 증가했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둘러싼 규제차이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지목되고 있다.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조정된다.

카드사·소상공인·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긴 하지만 최종적으로 결정권은 금융당국에게 있다. 리스크 관리와 신용평가를 해야 하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스러운 일 중 하나인데, 바로 올해가 카드 수수료율을 재산정하는 시기다.

반면 빅테크는 '셀프 산정' 구조다. 가맹업주 수수료율을 임의로 정할 수 있어 수수료율 인하 압박에서 벗어나 있다. 간편결제가 신용·체크카드와 유사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전자금융업자이기 때문에 규제에서는 자유롭다는 게 카드업계의 불만 중 하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빅테크들은 카드 수수료에 자사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중개수수료도 더해 가맹점 수수료를 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능은 같은데 규제의 무게는 다르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계속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업종이 다르더라도 카드사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