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중국의 가상화폐 불법화
지금 중국의 경제운용을 보고 있으면 그 운전 시작한지 서너 달 된 초보 운전자를 보는 것 같다. 과거 한국정부의 경제운용도 그런 시기를 다 거쳤지만 지금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며 조바심과 자만심이 동시에 치솟아 오른 상태에서 매우 거친 핸들링을 보이며 주변국들의 불안한 시선을 받고 있다.
그 하나로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기업인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는 뉴스가 며칠 동안 자본시장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 그 이유를 두고 최근 중국의 대표적 핀테크 기업들이 정부의 압력을 받는 상황과 맞물려 이념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시각들이 많다.
이는 꽤 일방적인 시각으로 오히려 오판을 부를 위험이 높다. 물론 중국이 ‘공동부유’를 내세우며 극심해지는 빈부격차를 해소하려는 의지와 자본주의적인 방만한 경영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인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꼭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경제가 외환위기로 IMF의 혹독한 제재학습을 통과한 결과 좀비기업들이 사라지고 살아남은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경영체질이 개선되어 이후 급속한 성장의 발판이 됐다. 기업 생태계에도 꽤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그에 비해 체질개선의 기회를 얻지 못한 일본기업들은 경영권을 해외로 팔아넘기거나 기업규모가 축소되는 등 국가경제 차원에서는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다. 일본에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결정 장애의 모습을 보이며 적기대응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의 지나친 결속이 오히려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이웃국가들의 경험은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부채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 정부에 타산지석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자본주의적 성과에 과도하게 몰입한 기업들이 점차 정부 통제를 벗어나려는 경향이 나타나며 중국 정부가 ‘사회주의적 지도’라는 칼을 빼든 것은 맞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성장속도에 비해 결여된 기업 스스로 초래한 결과이기도 하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정부 보증으로 무모할 정도의 생산성을 초과하는 금융을 일으켜온 헝다그룹 같은 경우는 그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헝다그룹을 하나의 시범사례로 다른 기업들에게도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중국정부는 헝다그룹에 대한 지원문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느닷없이 가상화폐 불법화를 선언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또 가장 앞장서서 디지털 법정화폐(CBDC) 출시를 검토하며 중앙집권화된 분산원장기술(DLT) 시스템을 선택한 중국정부의 발표여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중국정부의 이 발표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시장가격이 폭락하고 블록체인 관련주들이 죄다 가격 압박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본격 데뷔시키려 계획해온 디지털위안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용납할 수 없다는 중국적 정책방식이기도 하기에 이런 분석은 부분적으로는 맞는 얘기일 것이다. 핀테크 기업에 보이는 중국 정부의 태도에서도 볼 수 있듯 정부가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경제요소들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확실한 태도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과거 중국이 밝혔던 목표를 되돌아보면 이는 중국이 미국 금융시장을 향한 공격일 수도 있다. 중국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2030년 중국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혀왔고 미국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지금이 그 길로 가는 적기로 판단했을 수 있다.
이제까지 미국이 2위국을 압박하는 최대 무기는 금융이었다.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며 직접적인 금융압박이든 환율압박이든 미국 턱밑에 다다른 2위국들을 가차없이 공격했고 또 성공해왔다.
그런 미국의 금융공격에 중국은 디지털 법정화폐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반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아직 미국도 선점하지 못한 새로운 금융인데다 전 세계 인터넷 정복을 꿈꾸는 중국이기에 시도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15억 인구를 인터넷 바이러스로 만들어 갈 수도 있는 중국의 계획에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는 어떤 방어벽을 치며 대응할 수 있을지 아직 뚜렷한 해법이 없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