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급등에 中 경제 타격···글로벌 인플레 '경고음'
철광석·석탄·석유 등 수급불안···전력난에 물가상승까지 中 기업 성장둔화·수출단가 상승하면 국제물가도 영향 개별 원자재 수급 불균형 악화 가능성도···모니터링 필요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세계의 공장'인 중국 경제가 원자재 가격 급등에 휘청이고 있다. 국제 원자재 공급 병목 현상으로 원자재 가격이 날로 상승하자 중국경제 곳곳에 전력난·공장 가동 중단·물가 상승 등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에 따르면 최근 중국경제는 철광석, 석탄, 석유 등에 대한 수급 불안 문제에 직면했다. 현재 중국이 호주와의 무역갈등으로 석탄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당국의 환경규제 강화책까지 겹치면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중국 칭다오항 수입 철광석 가격은 톤당 119달러로 전주 대비 7% 증가했다. 지난 5월에는 톤당 240달러, 6월에는 210달러까지 육박했다. 중국 석탄 가격도 심상찮다. 연초 톤당 200달러 수준이던 중국 원료탄 가격은 9월 기준으로 430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선을 넘어섰다.
한은은 이러한 원자재가격 상승이 중국 기업의 성장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가격 상승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단가를 높여 채산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생산자물가·수출단가·소비자물가로 전가돼 국내외 수요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모형(VAR)을 이용해 유가 상승 충격이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유가 10% 상승시 중국의 산업생산은 2분기 만에 약 0.18%포인트(p) 감소했다. 실제 중국 생산자물가(PPI)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9일 발표된 중국의 8월 PPI 상승률은 9.5%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가격 결정력이 떨어지는 전방산업과 중소기업의 채산성이 더 크게 악화되고 있다. 기초 원자재를 채굴 제련하는 업종보다는 이를 중간재로 사용하는 업종은 가격전가가 쉽지 않아 이익 증가율도 낮은 편이다. 이를 반영해 소규모 제조업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5월 이후 50을 하회하고 있다. PMI는 제조업 경기를 파악하는 선행 지표로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확대, 넘지 못하면 경기위축을 뜻한다.
원자재가격 상승은 수출단가에도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연초에 안정적이던 수출물가가 하반기 들어 크게 증가하면서 기업이 원가상승 압박을 대외부문으로 일부 전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이 원가상승 압박을 수출단가 상승으로 방어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도 상승압력을 가할 전망이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대중(對中) 수입비중이 늘면서 중국 생산자물가와 이들 국가의 소비자물가 간 연계성이 강화되고 있다.
또 한은은 노동 공급 감소와 임금 인상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를 통해 글로벌 저물가 상황에 기여해 왔으나 향후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인건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생산자물가와는 다르게 소비자물가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VAR 분석 결과에서도 유가 상승충격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계층간 소득 불평등도가 워낙 높은 데다 저축률도 다른 국가보다 높다. 구조적으로 소비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단기적으로는 고용 당국의 물가 경계감도 가계의 실질구매력 감소를 완화시키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임금인상률을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물가 급등에 따른 체제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전략비축유의 민간 경매 계획을 발표했고 8월에는 철강재 수출물량 증치세 환급을 폐지했다. 7월엔 1000만톤 이상의 석탄 국가비축분 공급 발표를 단행하는 동시에 구리·알루미늄·아연 등에 대한 국가비축분을 세차례 매각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전력난 등이 가시화되면서 중국정부의 시장 개입도 확대되고 있으나 중장기적 개입효과는 제한적"이라며 "개별 원자재의 수급 불균형이 더욱 악화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모니터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