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ESG 시대'에 보험사의 역할
최근 ESG경영, ESG투자, ESG공시 등 ESG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된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ESG는 기업의 가치는 물론 이해관계자 가치, 더 나아가서는 사회의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인 요소들이다. 지속가능발전이란 미래세대의 필요를 충족할 능력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이라고 정의하는데,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 사회, 경제적 측면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ESG라는 단어는 UN Global Compact의 2004년 보고서에 처음 쓰였고, 2006년 기관투자자의 투자결정에 ESG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UN 책임투자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이 마련되면서 그 개념이 확산되었다.
그렇다면, 16년 전 만들어진 이 단어가 최근 들어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 증대, 관련 정부정책이나 규제 변화, 자본시장에 대한 ESG요소의 영향력 확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 불평등 악화, 환경문제로 인해 사람들은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적인 이윤극대화 행태에 대해 사람들은 회의와 반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기업들도 주주뿐만 아니라 고객, 근로자, 공급자, 지역사회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의 가치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MZ세대가 20·30대 소비자로 성장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반영한 소비와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규제를 중심으로 ESG 관련 제도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보험회사가 직면하는 리스크와 보험회사에 대한 사회의 기대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보험회사도 위험관리자와 자금공급자로서의 역할수행에 수반되는 ESG리스크를 점검·관리하는 동시에 보험회사의 ESG이행 수준에 대한 소비자와 투자자의 높아진 기대수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ESG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위험관리와 자금공급 과정에 ESG요소를 통합하여 보험회사의 장기가치를 높이고 사회의 지속가능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보험회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위험관리자로서는 보험회사 내 ESG리스크와 함께 우리사회의 ESG리스크 경감을 위한 상품·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후리스크 경감을 위해 보험인수와 보험금지급 과정에서 기후변화 경감 행동을 유도하거나, 기후위험 예방·복구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탄소중립 이행사업의 위험을 보장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사회리스크 경감을 위해 소규모 자영업자의 영업중단 손실 위험보장과 은퇴소득 확보를 위한 상품을 제공하거나, 새로운 근로형태인 플랫폼노동자의 직무 관련 위험, 소득불안정 위험, 은퇴소득 보장 제공을 위해 공·사가 협력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지배구조리스크 경감을 위해서는 임원배상책임 위험 인수 시 지배구조 평가를 추가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자금공급자로서 보험회사는 ESG리스크를 바탕으로 자산포트폴리오 조정하고, 투자결정 시 ESG요소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동시에 필요에 따라서는 ESG이행 유도를 위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ESG가치 자본화 및 거래시장 조성을 위한 기여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