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0억원대 조합장 성과급, 공적일까 탐욕일까 

2021-10-12     이서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부자는 망해도 3대는 먹고 산다고 하는데, 재개발‧재건축 조합장만 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 되고 나선 수억원대의 성과급과 정비사업체 선정 등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쓸 수 있는 조합장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 뺨친다. 건설사 임원, 대학 교수, 변호사 등 짱짱한 스펙을 내세우며 조합장이 되려 나서기도 한다. 

조합장이 된 이유가 처음엔 모든 조합원이 함께 이익을 보겠다는 꽤나 선량한 마음이었을지라도, 곧 검은 속내를 드러내고 만다. "봉사하려고 조합장을 시작했다. 돈도, 명예도 욕심없다. 나중에 잘 되면 비석이나 하나 세워달라"며 조합원들의 환심을 샀던 부산의 한 재개발 구역의 조합장 A씨. 그의 태도가 변한 건 순식간이었다.  

실제로 A씨는 최근 조합장 성과급으로 최소 100억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정도의 액수는 서울 서초구의 3.3㎡당 1억원이 넘는 기록적인 역사를 썼던 재건축 단지의 조합장도 성과급으로 받지 못했다. 

문제가 되는 건 해당 구역 조합장 성과급 기준이 추가 수익도 아니라는 점이다. 혹여나 부동산 시장 변화 등으로 수익이 적어지거나 나지 않게 될 점은 고려대상도 아니다. 기준은 매출액의 0.5%로 잡았고, 현재 예상매출액이 2조~3조원으로 예상되는 상황. 해당 마을재단과 종교시설을 건립하면, 그에 따른 매출액의 0.5%도 조합장 성과급으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즉, 100억원은 A씨가 가져갈 가장 적은 금액인 것이다.

100억원이란 금액은 건설사 CEO도 받을 수 없는 금액이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분 사장이었던 이영호 전 사장은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달고 3년간 받은 액수가 54억8300만원이다. 결국 100억원 넘는 조합장 성과급은 '탐욕'이라 볼 수 밖에 없다. 

탐욕스러운 조합장 성과급에도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처는 기대하기 힘들다. 부산 사하구청 관계자는 "해당 구역의 조합장 성과급과 관련한 민원이 들어오긴 했으나,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건 없고 조합 내에서 해야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에도 조합장 성과급에 대한 기준이 없어, 지자체가 칼날을 들이밀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만이 정비사업 표준행정업무규정을 통해 조합장 성과급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 또한 법적 강제성은 없다. 적극적인 조합원들에 의해 소송을 진행한 몇몇 조합들을 통해 판례가 성과급의 기준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관례상', '어쩔 수 없이'란 말도 안되는 이유를 내세워 조합장 성과급을 주는 것은 정작 해당 조합원들 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이제라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