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경계감·증시 약세에···환율, 1180원대 재진입
하루 새 7.2원↑···"外人 증시 이탈세, 롱심리 억제 영향"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12거래일 만에 1180원대로 올라섰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례회의를 하루 앞두고 경계감이 커진 데다, 아시아장 약세 및 국내 증권시장의 부진도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1174.4원)보다 7.2원(0.61%) 오른 달러당 1181.6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환율이 118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달 18일 이후 12거래일만이며, 상승폭으로는 7.9원 뛴 지난 1일(1176.5원) 이후 가장 높았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4.1원 갭업한 1178.5원으로 개장한 직후 오전부터 빠르게 오름폭을 키웠으며, 오후 들어서는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전 7시를 넘어서자 가파르게 오름폭을 키우면서 역외 NDF 환율이 1182원선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가 94선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환율이 급등한 것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FOMC에 대한 경계감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이달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개시할 것으로 앞서 수 차례 언급한 바 있는 데다, 실제 본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에 들어설 경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아시아장을 피하고자 하는 위험회피 심리가 더욱 부각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원화는 최근 아시아장의 프록시(대리)통화로서의 역할이 강해지고 있어 시장 내 리스크를 적극 반영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날 아시아 증시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7.09p(0.20%) 하락한 3498.54로 장을 마감했으며, 홍콩 항셍지수도 이날 오후 4시 기준 현재 전일대비 131.66p(0.52%) 빠진 2만4968.01을 나타냈다.
코스피 역시 전장 대비 37.78p(1.25%) 내린 2975.71로 마감했으며,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44p(0.44%) 내린 1005.00으로 사흘 만에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이날 하루 451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세, 역내외 롱심리 억제 등이 영향을 받으면서 장 초반 1180원대 진입에 성공했고, 오후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며 "시장 참여자들은 FOMC를 대비해 투자 위험 수준을 가볍게 가져가기 위한 움직임으로 아시아장의 포지션을 덜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들의 이탈 흐름이 강해지면서 투자 심리 훼손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곧 원화 하락 압력으로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