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1조 클럽' 증권사 속속 등장···올해가 정점?
지난해 미래에셋 이어 NH·삼성 등 진입···한투는 이미 순익 1조 돌파 내년도 증시 약세 지속 영향으로 거래대금 감소, 실적 둔화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주요 증권사들이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연간 순이익 1조원 돌파도 유력해지고 있다. IB(기업금융)를 위시한 사업 다각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다만 증시 부진 흐름이 이어지는 탓에 내년부터 감익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가운데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곳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다. 지난해엔 미래에셋증권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조원을 넘어섰지만, 올해는 경쟁사들이 잇달아 3분기 만에 '1조 클럽' 진입을 알렸다.
NH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601억원으로, 증권사 중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7943억원으로, 4분기 실적에 따라 연간 순이익 1조원도 넘볼 수 있다.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IB(투자은행)과 WM(자산관리) 부문에서 크게 선전하며 호실적을 시현했다.
삼성증권은 3분기까지 영업이익 1조1183억원, 순이익 8217억원을 거뒀다. 순이익의 경우, 지난해 전체 순익(5078억원)을 61.8% 초과 달성했으며, 연간 1조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증시 부진으로 위탁매매 수수료가 줄었지만, 운용손익과 금융수지, 금융상품 판매 수익이 증가하면서 이를 상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 1조2043억원으로 단숨에 1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보다 186.2% 급증했다. 3분기에만 6209억원을 거둔 영향이다. IPO와 유상증자, 회사채 등 IB부문에서 지난해보다 38.4% 증가했다. 여기에 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에 따른 지분법 이익이 포함된 것이 주효했다.
오는 11일 실적 발표 예정인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사 최초 2년 연속 영업익 1조원 달성이 확실시됐다. 순이익 역시 1조원을 무난히 넘길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올라섰던 선두 자리는 한국투자증권에 내줄 가능성이 크다. KB증권과 키움증권도 시장 추정치를 상회하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연간 1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진으로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전 분기 대비 뒷걸음했다. 그럼에도 전통 강점인 IB 등 타 부문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면서 저마다 3분기 누적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하지만 역대급 실적 행진은 올해 정점을 찍은 후 내년부터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증시 부진 추세가 지속하면서 그간 큰 폭의 실적 개선에 주효했던 위탁매매 부문의 감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2분기 27조1000억원, 3분기 26조3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10월에는 22조7000억원으로 현저히 감소했다. 코스피지수가 3300선을 웃돌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가던 1분기(33조3000억원)와 견줘 32% 급감한 수준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27조1000억원 수준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내년 22조6000억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 수익도 15.0%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 감소, 연결대상 수익증권의 평가이익·비경상적이익의 기저효과로 내년 증권업계 이익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증권업은 증시 약세 영향으로 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라며 "이는 과거 강세장이 종료된 이후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 부진에 기인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번 사이클에서는 2012~2014년의 사례와 유사한 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고성장으로 브로커리지, 트레이딩 부진을 방어했던 2018~2019년과 달리 내년에는 강화된 규제로 실적 부진을 방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올해 강세를 보인 IPO와 유상증자 등도 올해를 기점으로 뒷걸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순탄치 않은 증시 환경에 더해 IB 부문 역시 마냥 긍정적으로 점쳐지고 있지 않다"며 "'1조 클럽' 증권사 절반은 내년 이탈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증권사들은 이에 대비해 사업 다각화에 골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