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모셔라"···10대 공략에 나선 은행권
카카오뱅크·KB, 잇따라 10대 전용 서비스 출시 잠재고객 놓고 경쟁 치열···은행권, 위기의식↑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은행권이 10대를 겨냥한 서비스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디지털 기기와 환경에 익숙한 10대를 유입시켜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미래 잠재고객인 10대를 선제적으로 유치해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10대 타깃 금융시장에서 가장 선두적인 은행은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10대만 가입할 수 있는 전용 서비스 '미니(mini)'를 지난해 은행권 중 가장 먼저 출시하며 고객 선점에 나섰다. 뒤이어 KB국민은행도 지난 22일 10대 전용 금융서비스 '리브Next'를 출시했다.
페이(Pay)서비스 탑재, 수수료 면제 등 현재까지 공개된 서비스만으로는 카카오뱅크 미니와 큰 차이가 없다. 10대 취향이 반영된, 쉽고 편리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얼마나 출시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대 금융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카뱅 미니, 100만고객 선점···10대 취향 '저격' 나선 KB
23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니 가입고객은 105만명이다. 9월 말까지 100만명이 채 되지 않았으나 한 달 만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10대는 신분증이 없어 계좌를 발급할 수 없었던 탓에 은행에서 고객군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상품·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계좌 보유가 필수적이어서다.
카카오뱅크는 계좌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선불전자지급(페이)에서 답을 찾았다. 본인 명의 신분증이나 은행 계좌가 없어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종의 가상계좌를 발급한 뒤 선불전자지급 수단을 통해 이체·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유롭게 '나만의 계좌'를 만들어 편리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면서 10대 고객 유입이 크게 늘었고, 결국 출시 1년 만에 가입 고객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15~19세 인구수가 244만9561명인 점을 고려하면 미니 가입 가능 인구의 약 43%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10대 고객의 경우 수수료수익을 얼마나 냈는지 등 수치적인 실적보단 향후 카카오뱅크에서 취급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실제 미니에 가입했다가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카카오뱅크 계좌를 신규하는 고객 비중이 9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도 이달 22일 10대 고객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 리브Next를 선보였다. 기능·서비스 측면에서 보면 카카오뱅크 미니와 큰 차이는 없다. 리브넥스트에서는 만 14~18세를 대상으로 선불전자지급수단인 '리브포켓'을 제공한다. 리브포켓에는 KB페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페이 기능을 탑재했다. 선불전자지급수단 이용한도는 미니와 동일하게 하루 30만원, 한달 200만원이며 보유한도는 50만원이다.
대신 10대의 취향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리브넥스트에서는 이른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감성에 익숙한 10대 취향을 반영해 스티커 리워드(보상)와 용돈기입장(머니다이어리)을 제공하고 있다. 각종 금융거래 미션을 달성할 때마다 제공되는 스티커를 통해 용돈기입장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 앞으로 회원끼리 주고 받을 수 있는 '하트(좋아요)' 등의 개인화된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他은행도 앞다퉈 '10대잡기' 나서···핵심은 '플랫폼'
다른 시중은행들도 각 플랫폼을 통해 10대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각 은행의 플랫폼 이용 경험을 10대에게 제공하는 동시에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빅테크에 잠재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실제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19일 발간한 '빅테크와 은행의 협업 확대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MZ(밀레니얼·Z)세대 10명 중 8명은 카카오뱅크·네이버페이 등 빅테크를 중요 금융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의 43.8%가 카카오뱅크를, 38.2%가 네이버페이를 중요 금융기관으로 답한 반면, 이들 빅테크보다 규모가 훨씬 큰 시중은행의 경우 답변이 37.7%에 그쳤다. 시중은행의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7일 뱅킹 애플리케이션 올원뱅크에서 '용돈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거래내역을 공유하거나 용돈을 주고 받으며 금전관리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비슷하게 하나은행도 지난 7월 모바일을 통해 용돈을 주고 받고, 다양한 금융활동을 체험해볼 수 있는 플랫폼 '아이부자'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대교와 손잡고 초·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키즈뱅크 플랫폼' 구축에 돌입했다. 플랫폼을 통해 적금, 용돈 만들기, 올바르게 투자하는 법 등의 경험이 가능하도록 10대 맞춤형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10대 시장에서 플랫폼 기반 빅테크들이 갖는 경쟁력을 뛰어넘는 게 이미 어렵다는 인식이 업계에 있다"며 "은행들이 앞다퉈 플랫폼 기업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그 가운데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