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탄소포럼] "KAU21 이론가격 5.4만원···아직도 싸다" 김태선 NAMU EnR 대표
"향후 3년간 4만5000원 수준으로 오를 것" 전망···유럽 탄소배출권 88유로 산출 "KAU 대응해 REC 매수 고민해 볼수도"···탄소배출권-RE100 시장 연계 가능성 언급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김태선 나무 이앤알(NAMU EnR) 대표가 우리나라 탄소 배출권의 적정가격을 5만4626원으로 분석했다. 또 배출권의 실제 가격은 향후 3년간 최대 4만5000원 수준으로 오를 걸로 전망했다.
24일 믿고보는 경제신문 서울파이낸스 주최 '탄소배출권 선물 ETF와 ESG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6회 에너지·탄소 포럼에서 탄소배출권 리서치 전문기관 NAMU EnR 김태선 대표는 "석탄과 가스 발전의 퓨얼스위칭 레벨로 볼 때 국내 탄소배출권은 여전히 싸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탄소배출권의 이론 가격에 대해 발전사들이 전기를 생산할 때 석탄 발전이든 LNG 발전이든 영업마진이 동일해지도록 하는 배출권 가격 이라고 설명했다.
석탄가격이 LNG보다 싸지만 탄소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배출권이 더 많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배출권의 가격도 오른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직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석탄발전이 줄었는데 올해 7~8월 들어서 많이 늘었다"며 "이 때문에 탄소배출권 매수세가 견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21년물 탄소배출권(KAU21) 가격은 지난 6월 23일 1만1550원까지 하락했으나, 이날 3만2000원에 거래를 마쳐 177% 급등했다.
그는 "국내 탄소배출권을 설계할 때 시장안정화 조치에 대해 하락은 0.6배, 상승은 2배까지 허용하도록 해 태생적으로 가격 상승 스탠스가 반영됐다"면서 "지금까진 정부의 무상할당 등으로 공급이 많았지만 유상할당이 점차 늘어나고, 시장의 수요도 증가하는 수급 상황을 볼 때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유럽 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가스허브(TTF)와 유럽산 석탄(API2) 가격을 토대로 유럽 탄소배출권 이론가격을 88유로로 산출했다. 최근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은 70유로를 돌파했다.
그는 "탄소배출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게 가스 가격인데 최근 에너지 가격 추세를 보면 심상치 않다"며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을 우려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배출권 가격 상승에 대한 대응으로 "국내의 경우 재생에너지증명(REC) 구매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RE100(재생에너지 100%)시장과 탄소배출권 시장의 연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양 쪽 시장의 수급불균형, 가격 급등락을 해소할 수 있다.
최근 태양광 발전 공급이 늘어나면서 REC 입찰 가격은 크게 하락해 1MWh당 3만9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 대표는 REC가격이 3만5000원일때 KAU21 가격이 5만4000원 수준이라고 산출했는데 이날 종가를 고려했을 때 KAU21을 매수해 탄소배출을 메울 수 있는 식이다.
김 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국내 배출권 시장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유럽의 경우 27개국이 합쳐 완전 경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전력·석탄·가스에 대한 탄소배출권 효율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매일 정당한 가격을 찾아내기 위한 이론가격이 만들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는 장내 거래가 40%에 그친다. 나머지 60%는 대기업 계열사 간 거래 등 장외 거래로 이뤄지고 있다. 이 경우 거래 금액이 정확하게 공시 되지 않아 겨우 방향성 정도만 분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2015년 개장 이후 지금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이 9억원 수준의 아주 작은 시장인데, 이 마저도 40%만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며 "2023년부터 개인이나 증권사 등 제3자 거래가 이뤄질텐데 유동성이 분산된 상태에서 파생상품이나 제3자투자는 차라리 안 들어오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 내 가장 큰 손인 발전사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어 탄소배출권을 겨우 4500원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문제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향후 EU 등에서 적용하고 있는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 폼으로 국내 시장에 들이댔을 때,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리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