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기준금리 결정, 정치상황보다 경제상황이 중요"
"금리인상 했지만 여전히 완화적···'긴축' 아닌 '정상화' 관점 필요"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박성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는 금융·경제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 대선·총재 임기 등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경제 개선에 맞춰 정상화를 지속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기준금리를 놓고 정치 일정·총재 임기와 결부시켜 얘기하지만 어디까지나 경제적인 고려일 뿐"이라며 "회의 때마다 입수되는 모든 경제지표,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도 불구하고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으로 판단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가 됐지만, 성장과 물가 흐름에 비춰볼 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경제상황 개선에 맞춰 기준금리를 정상화시켜 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올해에만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지만, 이는 긴축이 아닌 정상화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금리인상 속도조절 필요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열어 놓은 셈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금 금리를 두 차례 인상했고 앞으로 인상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한은의 입장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이례적으로 낮춘 기준금리와 경제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며 "한은은 경기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판단하고 있다. (금리 인상 없이) 가만히 있는다면 실질 완화 정도가 더욱 커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00%로 인상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 3월 연 임시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크게 내리고, 5월 또다시 0.5%로 인하한 뒤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8월 2년9개월 만에 0.75%로 금리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의 일문일답]
-최근 정부 집값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고, 가계대출은 기타대출 중심으로 둔화됐다. 통화정책 거시건전성 정책이 금융불균형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보는지, 또 추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나.
△소위 금융불균형의 위험, 가계대출의 큰 폭 증가, 주택가격 상승,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 과다한 차입을 통한 자산투자 등의 금융불균형 현상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누적됐다. 이에 대응해 특히 감독당국에선 거시건전성 정책을 쭉 강화해 왔고 최근에 특히 규제를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다. 그에 따른 영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이에 거시건전성 정책은 일관성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거시건전성 정책에 더해 통화정책이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정상화된다면 과도한 차입에 의한 수익추구 행위가 줄어드는 등 금융불균형 완화 효과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도 현 금리 수준인 1.00%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보나.
△기준금리 수준이 완화적인가, 아닌가는 종합적이고 복합적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1%가 됐지만 성장과 물가 흐름에 비춰볼 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실질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중립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에 있다. 시중 유동성을 보더라도 최근 가계대출 규모가 줄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며 평균 광의통화량(M2)도 수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 성장·물가 전망을 감안해 볼 때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은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즉 뒷받침하는 그런 수준이다. 경제상황 개선에 맞춰 기준금리를 정상화시켜 나가겠다.
-내년 1월 추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내년 1월에 연속 인상 가능성이 있는가. 대선을 앞둔 2월에는 추가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견해가 많은데 어떻게 보나?
△금통위가 지난 8월 오늘 회의를 통해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지만 앞으로의 성장물가 흐름에 비춰볼 때 실물경제를 여전히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판단한다. 경기 상황 개선에 맞춰 과도하게 낮춘 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추가 인상 시기와 관련해 사실상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앞으로 열릴 회의 때마다 입수되는 모든 경제지표,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해 나가겠다. 3월 대선이 있기 때문에 2월에는 추가 인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기준금리는 금융경제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 정치적 고려 아니다. 정치 일정이라든지 총재 임기와 결부시켜 얘기하지만 기준금리는 어디까지나 경제적인 고려일 뿐이다.
-일각에선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조절을 내고 있는데 총재의 의견이 궁금하다.
△속도조절론의 주장이 무엇인가 보면 '아직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경기가 다시 꺾이는 것 아닌가, 천천히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여파와 충격 위기에 대응해 이례적으로 0.5%까지 낮춘 상황에서 경기 상황이 개선되면 정상화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한은이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왜 경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겠나. 경기 개선 상황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성장세와 물가오름세를 같이 놓고 보는데 최근 성장세, 물가오름세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다면 완화의 정도는 더욱 커지는 셈이라는 말씀 드리고 싶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경기상황은 금통위원들이 1차적으로 고려하는 요인이다.
-이번 한은의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물가안정목표치인 2%를 상회했다. 향후 인플레이션 리스크 어떻게 보나.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2.3%로 대폭 상향했다. 이는 유가, 원자재 물가와 수요측 물가를 고려한 것이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높은 변동성을 인플레이션 리스크로 꼽을 수 있겠다. 내년 중 국제 유가가 80달러 내외인 현 수준에서 낮춰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편으로 보면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원자재 가격이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공급 측면도 여전히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만 이 압력이 수요측으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급병목 현상 영향이 크지 않지만 공급병목이 상당히 길어지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게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이 2.7%로 상승했다는 점으로 임금 인상 등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방역정책 한 달 만에 4000명 찍으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은의 경제전망이 민간소비에 미칠 영향과 전망은?
△조사국에서 전망할 때 계절적 요인에 의해 재확산세가 강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했다. 그리고 이번 소비전망에서는 지난 11월부터 시작된 방역 정책 전환을 소비 전망에 참고하기도 했다. 최근 데이터를 보면 11월부터 경제 주체들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경제 활성화 수치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방역정책도 강도 높은 이동 제한, 영업 제한이 아닌 (경제 주체의) 활동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범위 내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계절적으로 확산세가 강해질 수 있지만 소비시장이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 코로나19 상황과 정부 방역정책을 면밀히 살펴보겠다.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와 시그널에 비해 실제 가계대출 금리 인상폭과 수준이 빠르게 올라 부담 커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대출금리 급등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오히려 금리인상 기조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닌가?
△최근 가계대출금리가 비교적 단기간 상승했다. 물론 즉각적으로는 신규 차입자에게 높아진 금리가 적용이 되고 기존 차입자 중에서 변동금리로 받은 차입자에겐 시차를 두고 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의 비중이 75%에 이르고 있어 시차는 있겠으나 이자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처분소득이 줄고 소비제약 효과도 있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최근 민간 소비는 점점 정상화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재정쪽 취약가계에 대해 지원을 확대하는 재정 확대 기조로 운용해 소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즉 소비제약 효과가 있겠으나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준에서도 테이퍼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보다 선제적인 대비에 나서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연임한 파울의장도 인플레를 줄이는 방향으로 간다고 천명했지 않나. 이에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겠다고 보고 있다. 내년 하반기 중 미 연준이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작하면 한국 금융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한은도 연준의 메시지를 모니터링하면서 통화정책 기조를 보고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영향도 파악하고 있다. 다만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상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연준의 움직임에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주요국 중에서 (금리 인상에 있어) 빨리 움직인 나라 중 하나다. 빨리 움직인 만큼 통화정책을 움직이는 속도도 국내 경제를 중점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준의 움직임이 중요하지만 국내경제가 1순위인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올해 12월말 종료되는 회사채 CP 연장 가능성이 궁금하다.
△추가 연장 여부는 회사채 자금 상황, 기업 애로 상황을 점검해 판단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론 통화정책 기조를 좀 질서있게 정상화해나가는 방향에서 검토 중이다. 관계기관인 기재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과 이 문제에 대해 협의 중이다.
-10월 통방문구에서 물가가 '당분간' 목표치인 2%를 상회할 것에서 11월에는 '상당기간' 상회할 것으로 바뀌었다. 당분간에서 상당기간 바뀐 건 어느 정도를 의미하나.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봐도 될까?
△표현대로 당분간보단 상당기간은 더 오랜 기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소위 물가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이 짧을 것으로 봤지만 지금은 그 기간이 상당기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오름세가 지속되는 기간이 장기화되는 이유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확대되는 동시에 오름폭도 컸고,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도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봤던 것보다 공급병목 현상도 길어지고 있어 물가 상승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표현을 바꿨다.
-지난 금통위 언급과 같이 한미 통화스와프 올해 연말 종료되나?
△양자간에 협약이라 계속 연준과 협의 중이다. 작년 3월 체결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큰 위기를 예상했었는데 지금 빠른 시일 내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통화스왑이 필요했던 그 당시 상황과 많이 달라진 게 사실이다.
-최근 금융당국 대출 조이면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앞으로 금융안정 변수인 집값의 흐름을 어떻게 보나?
△주택거래 위축으로 가격오름세도 다소 둔화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택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대출 제약 강화 등으로 가격 상승 요인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주택 시장은 워낙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속단하기 어렵다. 가격오름세가 지속되고 있고 주택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전망도 여전히 남아 있다. 사실상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주택가격 상승은 어쨌든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킨다고 본다.
-국채선도금리에 내년말까지 금리를 올린다는 평가가 반영되면서 채권시장이 과도하게 얼고 경기에도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시장 채권 금리에 대한 견해와 내년 1분기 이내 인상할 필요성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영향도 있지만 국제금리, 수급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기준금리가 2%까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반영된 것인지 평가하기는 쉽지 않지만 시장의 기대는 한은이 참고하겠다. 시장의 생각이 중앙은행의 생각과 많이 다르다면 당연히 소통해야 해야 하며 아직 소통할 기회는 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 1분기 경제상황에 달려있겠지만 금리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당시의 지표를 보고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며 금리는 어디까지나 경제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통방문에 '점진적'인라는 표현을 삭제한 주된 이유도 금리를 연속으로 올리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년 1분기에 경제 여건이 허락한다면 물가안정 필요성, 금융불균형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1분기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