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코스피 반등에···원·달러 환율, 1170원대 급락
환율, 하루새 8.7원 내린 1179.2원으로 마감 국내 증시 2%대 반등···강한 외국인 매수 흐름 시장 "오미크론 확인 필요"···리스크온 심리↑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9원 가까이 빠지면서 1170원대로 떨어졌다. 글로벌 달러의 약세 흐름 속에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인 순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환율 하락이 이어졌다. 외환시장이 오미크론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움직이자는 데 컨센서스가 모이면서 '리스크온(위험자산선호)' 심리가 되살아난 것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1187.9원)보다 8.7원 내려간 달러당 1179.2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환율이 1170원대에 들어선 것은 지난달 16일 이후(1179.9원) 처음이며, 지난달 19일 하루 새 8.9원이 빠진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오전부터 낙폭을 가져가기 시작해 오후까지 줄곧 하락세를 이어갔다. 오후 장중에는 1177원대까지 내려서기도 했다.
우선 국내 증시가 반등했다는 점에서 환율 상단을 강하게 눌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60.71p(2.14%) 오른 2899.72로 7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이날 9089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지난 8월31일(1조1230억원) 이후 석 달여 만에 일일 최대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2800선의 코스피가 붕괴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으나, 장중 한 때 2900선을 터치하는 등 2%대 급반등에 성공했다.
최근 달러가 안전자산의 성격을 보이지 않으면서 글로벌 달러의 약세 흐름도 이어졌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가 지난달 말 96선 후반에서 내려와 현재 95선 후반을 오르내리면서 환율 하향 이탈 가능성을 도욱 높였다. 결제 수요(달러 매수)가 장 초반 80원대 극초반과 70원대 후반에서 하단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내려왔다.
이날 호주 달러화 등 상품·원자재통화와 같은 위험선호통화들이 대체로 강세를 보인 데 반해, 일본 엔화와 같이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통화도 약세를 보였다. 이같은 움직임은 시장의 컨센서스가 더 이상 오미크론 이슈에 흔들리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금리의 움직임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전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겠다는 강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내비쳤다. 이에 미국 국채 장기물 금리는 리스크오프 심리에 금리가 내려왔지만, 아시아장에 들어오며 금리가 다시 올라갔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오미크론의 위험성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해보고 움직이자,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미국 국채금리 역시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가 과도했다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형성되면서 과매수했었던 미국 장기물 국채에 대한 매도세가 다시 들어왔다. 이는 곧 달러인덱스 상단을 누르는 영향을 주기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미크론의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화이자·모더나 등의 빠른 대응 측면도 보인다"면서 "유로화 역시 저점 반등을 하며 되돌림을 보이는 등 경기 펀더멘털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원·달러 환율도 재차 올라서며 80원대 중반에 수렴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