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보고서①] "민간소비 내년 상반기까지 강한 회복세 유지"
"방역정책 전환이 모멘텀···대면서비스·해외여행 중심↑"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향후 민간소비가 방역정책 전환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까지 비교적 강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단, 최근 7000명대까지 올라선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와 같이 방역정책의 불확실성,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 등은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9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결한 '2021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오는 2023년까지 장기평균 수준인 연간 2.4%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방역정책 전환에 따라 대면서비스가 최근 빠른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고, 내년 국외소비도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축적된 가계 구매력이 소비의 지속적인 회복 흐름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한은은 지난달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방역정책을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한 것이 민간소비의 회복 전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1월 이후 심야 시간 이동량이 크게 증가하는 등 경제주체들의 소비 활동이 확대된 것으로 추정됐으며, 대면서비스 신용카드 지출도 숙박·음식 등을 중심으로 크게 늘면서 4차 확산 이전 수준을 상회했다. 향후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방역정책 전환이 꾸준히 이행된다면 상대적으로 회복 속도가 더뎠던 예술·스포츠·여가 등을 중심으로 경제주체의 소비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국외소비도 앞으로 전세계적 방역조치 완화로 해외여행이 재개되는 경우 국외소비도 늘어나고, 관련 산업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전체 민간소비의 4.0%를 차지하던 국외소비는 현재(올해 2분기) 1.2% 수준으로 반등 여력이 크다. 또한 해외여행은 국외소비 이외에 국내에서 지출하는 비중도 22% 정도로, 항공운수·여행사 등의 서비스 소비와 여행물품 구입 등 국내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소비 확대 기대감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가계저축에서 비롯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간 상당한 규모로 누적된 초과저축이 대면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펜트업(pent-up, 보복소비심리)'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 흑자율(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 비율)을 보면 코로나19 재확산과 정부 소득 지원 등으로 가계 저축이 크게 늘어났다. 실제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의 가계 흑자액 중 2019년 같은 분기 수준을 상회하는 금액을 모두 합할 경우 가구당 평균 310만원의 저축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방역정책의 불확실성 확대 △물가상승에 따른 가계 구매력 하락 가능성 △승용차 생산 차질 등은 민간소비의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방역정책 전환 이후 신규 확진자수가 급증한데다 오미크론과 같은 변종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은 7000명대를 넘어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5000명을 돌파한 지 1주일 만에 7000명을 넘어섰다.
물가 상승 역시 주요 리스크 요인 중 하나다. 올해 상반기 이후 확대돼 온 식료품 및 연료 가격 오름세는 최근까지 석유류, 가공식품 등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에도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역시 생산이 감소하면서 승용차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은은 리스크의 크기와 현실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민간소비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회복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농산물가격 오름세가 다소 누그러지고, 지난달부터 유류세도 인하돼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제약은 점차 완화될 수 있다"면서 "승용차 생산 차질 역시 공급 차질이 일부 완화되면서 올해 4분기 이후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