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불황기에 전공 불일치 심화···불일치율 1%p↑·임금 4.1%↓"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BOK경제연구' 발표 "韓전공불일치, OECD 2위···국내 경제 악영향"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대학 졸업 근로자들의 전공불일치 정도가 커질수록 장기적 임금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제 충격과 같이 불황기 속 청년들의 실업률, 소득수준 등이 떨어지게 되는데, 전공불일치는 이런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21일 'BOK경제연구'에 실린 '전공불일치가 불황기 대졸 취업자의 임금에 미치는 장기 효과 분석'을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전공불일치란 대학에서 특정 학과를 전공한 근로자가 전공과 다른 업종에 고용될 때 발생한다. 즉, 대학에서 전공한 과목과 취업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지식이 다른 상황을 뜻한다.
이런 전공불일치는 불황기에 더욱 강해진다. 이는 높은 교육열로 대학 진학률은 높지만, 전공과 취업하는 산업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일자리가 부족한 불황기에 더욱 심화되는 탓이다.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차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젊은층을 중심으로 고용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전공불일치 정도가 매우 높은 한국에서 불황기 대졸 근로자들의 장기적 임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의 전공불일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중 매우 높은 편이다. OECD 국가중 성인역량조사에 참가한 29개국 중 한국의 전공불일치율(전체 고용 가운데 전공불일치 고용 비율)은 50.1%로 나타났다. 이는 인도네시아(54.6%)에 이은 전체 2위에 해당하며, OECD 평균(39.6%)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전공불일치가 임금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한국은 -4.1%를 기록했다. 전공불일치율이 1%p 상승하면 임금이 4.1%를 감소한다는 의미로, OECD 평균(-2.6%)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에 한은이 지난 2002~2019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전공불일치 정도를 추정하고, 전공불일치 정도가 취업 이후의 임금 추이 및 임금 손실 지속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과거 불황기에 첫 직장을 가진 대졸자의 임금은 불황기 첫 해에 감소한 뒤 감소세가 서서히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실업률이 1%p 상승할 때 실질임금은 직장경력 0~1년차에 8.3%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2~3년차에는 -7.0%로 감소했다. 지난 2005년 불황기의 실질임금은 0~1년차에 -9.2%, 2~3년차에 -8.6%로 나타났다. 2009년에는 0~1년차에 -9.4%, 2~3년차에 -7.0%로 추정됐다. 특히 경기에 영향이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임금 손실이 크게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불황기에 졸업한 뒤 실업을 경험한 청년층(25~35세)은 취업을 유지한 근로자와 비교해 임금이 더욱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8년 졸업자 근로소득 변화 중 실업을 경험한 이들의 월평균 명목 근로소득(3년차 기준)은 97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근속 근로자(232만2000원)와 비교해 2배가 넘는 차이가 벌어졌다.
더욱이 전공불일치 비율은 생산성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 손실은 OECD가 측정한 2012년 기준 모든 전공불일치 근로자의 임금 불이익 합계를 해당 연도의 기준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것이다. 한국의 생산성 손실은 GDP의 0.97%를 기록해 조사대상 24개국 중 영국, 에스토니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최 연구원은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업 선택에 있어 전공불일치 정도를 완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정책적인 관점에서는 근로자들이 이직을 통해 전공활용이 가능한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도 근로자에 대한 재교육 등을 통해 전공 불일치 문제를 완화하고 인적자본을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