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산·전망③] '사면초가' 보험업계, 헬스케어사업에 승부수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에 비상 실손보험 손실액 급증···올해 3조원 넘을 듯 2023년 새 회계기준에 맞춰 자본확충도 과제

2021-12-29     우승민 기자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우승민 기자] 올해 보험사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와 더불어 보험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채널이 부각되면서 보험환경이 변화하자,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분주히 움직였던 한해였다. 

올해 보험업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디지털인 만큼 영업과 상품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특히 보험사들은 빅테크 등을 대응하기 위해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업계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약속하며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빅테크 공습에 헬스케어 시장 진출 등 '분주'

내년에는 카카오 등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보험업계의 고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6월 디지털 손해보험사 예비인가를 획득하면서 내년 초 관련 자회사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본인가까지 받을 경우 플랫폼 빅테크 기업 중 보험업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카카오페이 자회사로 설립되는 카카오손보는 초기 생활밀착형 소액 단기 보험에만 집중한 후 향후 카카오 플랫폼과 연계해 모빌리티, 건강보험 등 장기보험 시장 공략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빅테크의 움직임에 생존 위협을 느낀 보험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로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자회사 형태로 'KB헬스케어'를 설립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한라이프도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자회사 사명을 '신한큐브온'으로 정하고, 내년 자회사 출범을 목표로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도 지원을 약속한 만큼, 향후 보험업계의 헬스케어 사업 진출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월 보험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보험사가 헬스케어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게 오픈뱅킹 참여 허용, 헬스케어·요양서비스 제공 지원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생명, KB생명, 한화생명,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KB손해보험이 지난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공공의료데이터 이용 최종 승인을 획득하면서,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년엔 헬스케어 서비스를 놓고 각 사가 어떤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울지도 또다른 관심사다. 그동안 각 사가 내놓은 헬스케어 서비스는 건강검진을 통한 보험료 할인이나 걷기에 따른 리워드 제공 등으로 사실상 차별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손해율 줄이기 '안간힘'

내년에도 실손보험 손해율을 줄이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판매되면서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았던 손해율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4세대 실손보험의 핵심은 보험료 할증으로, 직전 1년간 받은 비급여 보험금에 따라 최대 300%까지 차등 할증된다. 보험금 청구를 안하면 보험료가 낮아지고, 이용률이 높을수록 보험료를 많이 내는 구조다. 할증제도가 도입되면 보험료는 기존 대비 10%에서 최대 70% 줄어든다.

그럼에도 그동안 누적된 실손보험 손해액 때문에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2조3000억원대 손실에 이어 올해 실손보험 손해액도 3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실손보험료 두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놓고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간 조율 중인 가운데 가입 시기에 따라 평균 9%에서 최대 16%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처럼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실손보험 판매 중단에 나서고 있다. 동양생명이 지난 24일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ABL생명도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4세대 실손 출시를 결정한 곳은 삼성·한화·교보·흥국·NH농협생명 밖에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내년 실손보험 손해율을 잡기 위해 제도 개선을 언급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손보사 CEO 간담회'에서 "적자가 큰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백내장 수술·도수치료 등 비급여 과잉 의료 항목의 보험금 지급기준을 정비해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 국민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역시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 후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진료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이를 전산망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금은 가입자가 병원에서 종이서류를 발급받아 이를 금융·보험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팩스나 우편 등을 통해 보험사에 보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단체들은 내년 2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등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 요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여야 의원들이 각각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와 관련된 보험업법 개정 발의안을 내놓는 등 합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년에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가 이뤄지는데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새 회계제도 도입 대비, 자본 확충 '총력'

오는 2023년 새 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둔 가운데 보험사들이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이는 등 자본건전성 개선에 총력을 다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IFRS17 등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기 때문에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파악하는 RBC비율이 대체로 악화된다. 이 때문에 각 사들은 RBC비율을 사수하기 위해 자본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한 번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 수치다. 보험업법에서는 RBC비율을 100% 이상,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보생명은 지난 9월 4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한화생명은 7억5000만~10억달러 규모의 ESG 해외 후순위 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동양생명도 RBC비율을 사수하기 위해 지난 7월 우리금융지주 보유 주식 3015억원을 전량 매각했다. 하나생명과 DGB생명도 각각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또 IFRS17과 K-ICS 도입으로 인한 리스크를 막기 위해 공동재보험 협약도 확대될 전망이다. 공동재보험을 통해 이차역마진 리스크 등 금리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23일 코리안리재보험과 최대 50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 거래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고금리 확정형 종신보험 2300억원 규모의 준비금에 대한 1차 공동재보험 출재조건으로 합의했으며, 내년 1월초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ABL생명도 지난 3월말 RGA재보험과 업계 최초로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중소형사들의 경우 자본확충 부담으로 파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RBC비율을 충족하는 게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