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항공결산] FSC, 화물로 승부수···LCC, 생존 위한 '고군분투'
인천공항, 연간 항공화물 물동량 300만t 달성···전 세계 2번째 대한·아시아나, 역대 최대 실적···LCC, 적자 지속 불가피 시장 "코로나, 항공산업 구조재편 변환점될 것"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올해 항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의 해를 보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각 국 모두 국경에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선 여객선 제동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에 장거리 국제선 등 네트워크가 갖춰진 대형항공사(FSC)들은 화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항공화물 물동량(1~11월)은 330만5362톤(t)을 달성했다. 연간 300만t을 넘어선 것은 개항 이후 최초이자 국제공항협의회(ACI) 항공화물통계 기준 전 세계 공항 중 홍콩 첵랍콕 공항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지난 7월 27일에는 누적 항공화물 5000만t을 달성키도 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을 지향하는 전자상거래량이 급증한 덕분이다. 관세청이 발표한 '2021년 전자사거래 수입 주요 특징 자료'를 살펴보면 1~11월까지의 해외직구를 포함한 전자상거래 수입액은 41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입액 대비 25.7% 증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다 해운시장의 공급 적체로 인한 긴급 물자들이 항공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수요가 늘어난 데다 화물운임도 지속 오르고 있는 것이 양대항공사의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FSC들은 이 같은 물동량 증가 추세에 발 맞춰 장거리 네트워크를 활용한 화물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2조2270억원, 영업이익 4386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화물 매출은 1조6503억원으로 전분기(1조5108억원)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5년만에 4000억원대의 흑자를 경신했다.
아시아나항공도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1조360억원, 영업이익 1603억원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화물사업 매출의 경우 지난해 동기 대비 56% 증가한 7545억원을 기록하면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시장에서는 연말 화물성수기 효과 및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4분기에도 화물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양대항공사는 화물전용 여객기 활용 극대화를 통한 기재 가동률 제고 등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국내선과 국제선 단거리 노선에 특화돼있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사실상 국내선 증편 혹은 부가서비스 확대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미 레드오션(Red Ocean)으로 출혈경쟁이 치열했던 국내선이었기에 코로나19 사태 이전이었던 2019년과 비교 시 여객 수가 회복됐다 하더라도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LCC들은 멈춰 있는 항공기의 가동률을 높이고 승무원들의 면허 유지를 위해 무착륙 해외관광비행, 특가항공권 판매, 전세기 상품 운영 등에 이어 기내식 밀키트 출시, 국내선 비즈니스 좌석 도입 등의 전략을 시행하고 있으나 경영난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Research)'가 예상한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4분기에도 3분기와 비슷한 실적을 유지하며 흑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CC들은 최소 350억원에서 최대 700억원의 적자를 내며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초 까지만해도 전 세계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면서 회복세에 진입하는 듯 했으나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의 발발로 항공시장은 또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제관광기구(UNWTO)는 이달 16일 개최된 '2021 관광-항공 협력 포럼'에서 "2019년의 항공시장 상황으로 돌아가려면 최소 2024년 혹은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방역이 보장된 국가간 입국을 허용하는 등의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는 예견돼왔던 항공산업의 지각변동 시기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업계에서는 국토 면적과 공항 및 노선 수에 비해 항공사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들이 지속 제기되면서 '항공사 통합 불가피'라는 전망이 다분했다. 그러다 유례없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국내 항공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는 변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이에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하기 위한 인수합병(M&A) 작업에 들어갔다. 양사 통합과 더불어 이들의 계열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한 식구가 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남은 LCC들도 단계적 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쟁이 과열된 항공시장에서 '뭉쳐야 산다'는 인식을 항공사 모두 하고 있긴 하다"며 "정부의 지원이 한정적인데다 특히 LCC들이 할 수 있는 차선책들도 고갈된 상태라 구조재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