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급성장···전열 가다듬은 운용사, 점유율 확대 '박차'
지난해 말 ETF 순자산 74조·종목 533개···전년比 42.3% 상승 '사상 최대' 미래, 5명 중 1명 임원···지난해 순자산 2배·점유율 10%↑, 삼성 맹추격 한투, 'ETF 선구자' 배재규 수장 영입···KB, 다양한 상품 출시로 3위 수성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인사 쇄신과 조직 재정비를 마친 운용사들은 저마다 다양한 테마의 상품을 내놓는 데 주력해 보다 시장을 점유한다는 계획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ETF 순자산 총액은 74조원, 상장된 종목 수는 533개로 집계됐다. 전년 말(52조원, 478개)과 비교해 42.3% 급증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게임과 미디어, 이차전지 등 다양한 테마에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집중된 결과다.
KB자산운용이 내놓은 'KBSTAR 게임테마ETF'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게임'은 지난해 연간 69.0%, 67.7%의 수익률로 1위에 올랐다. 미디어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미디어컨텐츠 ETF'(64.4%)와 이차전지 테마 ETF인 'TIGER 이차전지테마',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이차전지산업'도 각각 59.9%, 42.7%로 뒤를 이었다.
올해도 다양한 테마를 중심으로 ETF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산운용사들도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불확실한 증시에 투자자들의 ETF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운용사들은 이에 대응하는 저마다의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인사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꾀했다. 우선, 최창훈 부회장과 이병성 부사장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6년 만의 수장 교체다. 여기에 타사에서 인재를 잇달아 영입, 임원을 113명으로 늘렸다. 전체 임직원(542명) 중 20.85% 비중을 점유한다.
ETF 시장 점유율 '2인자' 탈피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운용의 ETF 순자산 총액은 26조2368억원으로, 1년 전(13조1686억원)에 비해 두 배가량 급증했다. 점유율 역시 35.5%로 10%가량 뛰었다. 이에 선두인 삼성자산운용은 순자산이 27조506억원에서 31조4147억원으로 늘었지만, 점유율은 52.0%에서 42.5%로 뒷걸음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선두 수성에 집중한다. 시장의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자 다양한 테마의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을 계획이다. 지난해 말 서봉균 삼성증권 세일즈앤드트레이딩 부문장을 새 대표로 낙점했다. 그동안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 출신들이 새 수장으로 낙점돼 왔던 선례를 비춰보면 파격 인사라는 평가다.
KB자산운용은 앞선 두 곳과의 격차는 크지만, 3위 자리를 지키는 한편, 점유율 확대에도 주력한다. 최근 1년간 순자산 규모가 약 2조5000억원 늘었고, 점유율도 1.4% 상승한 7.9%를 기록했다. ETF&AI 본부를 신설하고 업계 최저보수를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다. 올해도 다양한 테마 상품을 출시해 약진을 이어간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삼성맨'을 수장으로 영입, 최대 격전지인 ETF 시장에서의 성장을 꾀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전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배 전 부사장은 ETF를 처음 선보인 장본인으로, 'ETF 선구자'로 통한다. 한투신탁운용은 지난해 말 순자산 3조4214억원, 점유율 4.6%로 업계 4위다.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통합으로 대형 종합운용사로 탈바꿈한 신한자산운용은 올해도 ETF 영역에서 보다 공격적 행보를 가속화한다. 지난해 탄소배출권 ETF 2종과 기후변화솔루션 ETF, 차이나태양광 ETF 등 ESG 관련 신규 ETF 6종을 상장했다. 올해 운용사 CEO만 20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조재민 전 KB자산운용 사장을 전통자산부문 대표로 선임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는 지지부진한 증시에도 수익률은 양호하게 나타나면서 인기는 여전할 것"이라며 "자산운용사들은 주요 격전지로 떠오른 ETF 시장에서 인재 육성과 다양한 상품 개발 등 차별화된 전략을 어떻게 펼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