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82조원에 블리자드 인수···메타버스 본격화
창립이래 최대 M&A 규모···MS, 세계 3위 게임업체로 '껑충'
[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의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를 인수한다.
18일(현지시간) MS는 액티비전의 지분을 주당 95달러에 전액 현금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수 발표 직전 블리자드 주가보다 약 45% 높은 가격이다. 인수 총액은 687억 달러(약 81조9000억원)다.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MS의 46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게임은 오늘날 모든 플랫폼에 걸쳐 가장 역동적이고 신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인수를 통해 MS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주도권 쟁탈전에 본격 가세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콜 오브 듀티', '캔디 크러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인기 게임들을 개발한 블리자드는 전 세계에 4억 명에 육박하는 게임 유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를 자회사로 추가함으로써 MS는 기존의 X박스 부문을 통한 가상현실(VR) 서비스를 확충해 최근 '메타'로 사명을 바꾼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서비스와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NYT는 분석했다.
회사 측도 성명을 내고 "이번 인수는 모바일, PC, 콘솔, 클라우드에 걸쳐 MS의 게임 사업 성장을 가속화하고, 메타버스의 토대를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블리자드 인수를 통해 X박스 콘솔 게임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MS는 이번 거래로 매출액 기준으로 중국의 텐센트(텅쉰), 일본의 소니그룹에 이어 세계 3위 게임업체가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다만 이번 인수는 MS가 최근 블리자드의 직장 내 성폭력·성차별 스캔들에 눈을 감은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블리자드는 회사 간부들의 성폭력과 남성 위주 직장 문화가 지난해 수면 위로 불거지면서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주택국(DFEH)을 비롯한 정부 당국의 소송과 조사에 휘말린 상태다.
특히 성폭력 의혹을 묵살해 사내외에서 사임 압박을 받고 있는 보비 코틱 CEO가 MS에 인수된 이후에도 계속 CEO직을 유지하게 된 것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코틱이 CEO직에서 물러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빅테크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경계하는 워싱턴 정가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견제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날 액티비전 인수 소식에 MS의 주가는 2% 넘게 떨어졌다. 반면 액티비전의 주가는 26% 가까이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