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쉴 틈 없다"···설 연휴도 '경영 구상' 몰두
이재용, '반도체 초격차' 위해 유럽 출장 가능성 정의선·최태원·구광모, 국내서 신년 구상 가다듬을 듯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재계 총수들이 설 연휴에도 기업의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미래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 글로벌 공급망 이슈,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국내 리스크까지 챙길 현안이 늘었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설 연휴를 활용해 해외 출장에 나서며 '뉴 삼성'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뉴삼성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 부회장이 새로운 투자 사업 분야 등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게 재계 관측이다.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삼성 부당합병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설 다음날인 2월 3일 재판이 쉬면서 13일 가량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유력한 출장지로는 중국과 유럽이 꼽힌다. 이 중에서도 유럽 출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격차를 좁히기 위해 초미세공정 핵심 설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가 필수적인데 EUV는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 생산 중이다. 이에 따라 ASML과의 협력관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2020년 10월 유럽을 찾은 이 부회장은 당시에도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경영진과 만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한 바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삼성의 M&A 가능성이 있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다수 위치해 있다.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등은 여러 차례 인수 후보로 거론된 곳이다.
또 다른 후보지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지역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중국에서 2~3차 공급사와 원자재 관리,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의 생산 설비 등 점검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부회장은 2020년 5월을 마지막으로 중국을 찾았다. 2년 가까이 중국 정부와 현지 기업들과 파트너십 공백이 생긴 만큼 이를 메워야 하는 필요성도 크다. 게다가 미·중 패권 경쟁이 올해도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삼성전자의 중국 내 입지는 순식간에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변수로 꼽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설 연휴 기간 자택에 머물며 경영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CES 2022' 현장을 다녀온 만큼 해외 출장 대신, 반도체 수급난, 중고차사업 진출, 중국 판매 확대 등 각종 현안을 챙길 것이란 예상이다. 동시에 산업계에서 미래 사업으로 떠오른 미래차, 로봇 등 새 먹거리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도 고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2'에서 메타버스, 로봇 등 미래 기술을 대거 선보이며 전세계인들의 이목을 잡은 바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2년은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를 비롯해 미래사업 분야의 성과를 가시화하고,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실현하는 한 해로 삼고자 한다"며 "그동안 신성장 분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스마트 솔루션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친환경 톱 티어(Top Tier) 브랜드' 기반을 공고히 다질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대응 계획 마련 등 재계 현안을 직접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 또 그동안 꾸준히 강조해온 '탄소중립 실현'과 '수소사회 구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는 2030년까지 탄소 2억t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최선을 다해야한다"며 "SK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미래 저탄소 친환경 사업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SK그룹은 경기도 부천시와 친환경 신기술 개발을 주도할 대규모 연구소 'SK그린테크노캠퍼스'(가칭)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재계 주목을 받기도 했다. SK는 1조원을 투입해 부천대장신도시 내 약 9만9000㎡(3만여 평) 부지에 연구소를 구축한다. 연구소는 2025년 착공해 2027년께 문을 연다. 2차전지 등 배터리와 수소 관련 신기술을 담당하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나노 소재 등 친환경 기반 기술 등 미래 유망 친환경 솔루션 등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미래 사업 양대 축으로 떠오른 2차전지와 자동차 전장 사업 로드맵을 그리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LG그룹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통해 자금을 끌어 모아 공장을 공격적으로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공장 및 북미·유럽·중국 등 해외 생산기지 생산능력 확대, 리튬이온전지·차세대전지 등 연구개발과 제품 품질 향상·공정 개선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계열사 LG전자의 경우는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몸집을 키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최근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LG ThinQ) 모빌리티 분야까지 확장한 LG 옴니팟(LG OMNIPOD)을 공개하기도 했다. LG 옴니팟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미래 자율주행차의 콘셉트 모델로, 차량 내부를 오피스 공간뿐만 아니라 영화감상, 운동, 캠핑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개인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