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공정위 '운임담합' 판결 부당"···이의신청·행정소송 예고
18일 과징금 대응 긴급해양전략회의···노조·협회·시민단체 참석 "해운법 따른 정당행위···감독 책임을 해수부로 일원화해야"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해운업계 종사자들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외 23개 선사들을 대상으로 운임담합을 했다고 보고 판결한 과징금에 대해 부당하다며 해운법 개정 등 대응 방안을 마련키 위해 모였다.
이들은 공정위 판결에 대한 이의신청을 한 뒤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해운협회와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은 18일 오후 3시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 5층 회의실에서 '공정위 과징금 대응 긴급해양전략회의'를 열고 "(23개 국내외선사는)국제협약을 준수했음에도 공정위는 자의적 해석으로 부당공동행위로 간주했다"며 "이의신청을 통해 과징금 감액 이후 행정소송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김영무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장 직무대행,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태길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이승규 부산항발전협의회 공동대표, 박인호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 대표, 고병욱 KMI 해운연구본부 본부장, 도덕희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등 업계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공정위 대응 대책'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공정위 심결 10대 오류'를 지적하며 "한일항로와 한중항로에 대해서도 동남아항로와 같이 과징금 부과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 부회장은 "선사들은 해운법 및 해양수산부의 지도감독을 받아 지난 40여 년 동안 공동행위를 이행해왔으나 공정위는 이를 무시하고 단지 절차상의 흠결을 이유로 부당공동행위로 판단했다"며 "설사 절차상의 흠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해운법 본연의 취지를 훼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해운선사 과징금 부과와 대응방향'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선 고병욱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연구본부장은 "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해운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법적용으로 생각된다"며 3가지의 이유를 들었다.
해운선사의 공동행위(운임 공동행위 포함)는 해운 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을 가능케 하는 자율적 규제이기에 공정위의 제재 결정은 무죄 추정의 원칙(헌법 정신이면서 근대 형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또 2016년 한진해운 사태, 해외 국가 사례에 비추어 컨테이너 해운산업에 대한 경쟁법 적용에는 산업정책적 관점을 수용할 필요가 있기에 공정위 제재는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고 본부장은 "해운법과 공정거래법 간의 해운 공동행위 감독 책임의 모호성을 없애기 위해 해운법 개정을 통해 감독 책임을 해수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응방향을 제시키도 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의신청을 통해 과징금 감액, 이후 행정소송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더해 국회 농해수위에 상정돼 있는 해운법 개정안의 신속한 국회 본회 의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12일 전원회의에서 총 23개 국내외 선사들을 대상으로 지난 15년간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담합했다고 보고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키로 판결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같은 달 18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해당 선사들은 지난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541차례의 회합 등을 통해 운임을 총체적‧망라적으로 합의,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이번 운임 담합은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가 아닌 불법"이라며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확고히 했다.
해운사들은 해운법 29조에 따르면 해운사는 운임·선박 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으려면 △공정위의 인가를 받고 △사전 화주단체와의 서면합의 △공동행위 내용을 해수부 측에 신고 △공동행위 입·탈퇴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당한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적용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