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이자보다 월세가 싸요"···치솟는 대출금리에 '역전현상' 뚜렷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 최고 4.92%···연 5% 눈앞 실제 전세대출 이자-월세 비교해보니 역전 사례多

2022-02-24     이진희 기자
서울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전세자금대출 금리 '연 5% 시대'가 임박하면서 세입자들의 전세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오른 대출 금리 탓에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심심찮게 나타나면서다.

한국은행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춘 만큼, 대출금리 역시 더욱 오를 전망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금리에 강화된 대출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임대차 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형 전세대출 금리는 최고 연 4.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 연 3.51~4.85% △신한은행 연 3.38~4.28% △하나은행 연 3.42~4.92% △우리은행 연 3.82~4.02% 등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전 연 2~3%대를 유지했던 지난해 7~8월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뛴 모습이다. 연 2%대 금리 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이 추세라면 조만간 대출 금리도 연 5%를 돌파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섭게 오른 전세대출 금리는 어느새 전월세전환율마저 뛰어넘었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4.1%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로, 이 기준에 따라 월세를 얼마로 책정하면 되는지 알 수 있다.

예컨대 전세금 1억원을 월세로 바꾸는 경우 전월세 전환율 4.1%를 적용하면, 세입자가 내야 할 임대료는 연간 410만원. 월세로 따지면 34만2000원 정도다.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보증금 1억원을 은행에서 빌렸을 때 발생하는 이자 월 41만원(연 4.92% 기준)보다 월세가 더 저렴한 셈이다.

저금리 기조에선 통상 전월세전환율이 전세대출 금리보다 높았으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계대출 규제에다 전반적인 대출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전세대출 금리가 전월세전환율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체감하는 세입자들의 전세대출 이자 부담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일부 단지에서는 대출 이자가 월세와 눈에 띄게 벌어지는 사례가 적잖다. 2억원을 보유한 예비 세입자가 서울 구로구 L아파트(117㎡)에 살기를 희망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매물의 전세 시세는 7억원, 월세 시세는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50만원이다. 세입자가 월세를 선택하면 월 150만원을 내면 되지만, 전세를 얻는다면 우선 은행권 최대 한도인 5억원을 꽉 채운 후 이에 대한 월 이자 20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전세와 월세의 월 부담액이 55만원이나 차이나기 때문에 이 경우 월세를 선택하는 게 유리해진다.

타 지역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같은 조건으로 서울 양천구 5억7500만원(107㎡), 관악구 5억5000만원(110㎡) 전셋집을 대출을 이용해 얻을 경우 월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각각 153만8000원, 184만5000원이다.

월세보다 3만8000원, 14만4000원 많은 금액으로, 향후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전세대출 지표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융채 등 금리가 올랐을 때 이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시장 안팎에선 연 5%를 목전에 둔 전세대출 금리가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당분간 전세대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일 뿐더러 전셋값이 크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B부동산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세평균가는 6억8556만원이다. 많아야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전세대출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인 데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나선 시중은행들이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이전만큼 대출이 수월하지 않은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세 위주의 우리나라 임대차 시장이 임대차3법, 급격한 전셋값 상승 등 여러 요인 탓에 보증부 월세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대출 규제와 함께 치솟는 대출 이자가 부담이어서,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