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공약점검⑤] 부동산 규제 완화 능사?···"투기 심리 조장"
李·尹 주택 공급 위한 개발사업 규제 완화 기조 동일 세제 완화 차이, 李 "실수요자만" vs 尹 "전면 개편"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20대 대선을 앞두고 거대양당 두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 정부 초기 공급에 소홀했던 점을 반면교사 삼아 공급을 강조하며, 개발 규제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어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책 세부적으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새로운 공약 없는 과거로의 회귀에 불과한다는 비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일부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 유세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문재인 정부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언급했다.
이 후보는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면서 "명운을 걸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고위공직자 다주택 논란을 겨냥해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다주택자는 임명·승진을 안 시키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기 행각을 무능으로 살짝 덮은 것"이라며 "건국 이래 한 정권에서 이렇게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게 처음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처럼 두 후보 모두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비판하며, 신축 아파트 공급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비사업 규제 완화 측면에서 비슷한 정책을 내세웠다.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준공 30년이상 공동주택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최대 500%까지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공급량에 대해서는 이 후보는 전국에 총 311만호(기존 정부 발표 206만호+105만호 추가), 윤 후보는 250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이같은 규제 완화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노후화된 지역의 주거 환경 개선, 공급물량 확대 등의 장점은 있어 보인다"면서도 "아파트의 경우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조망권이 확보됨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층수 제한 해제에 따라 개발이 진행되면 토지 가격이나 집값 등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해 두 후보 모두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다만 세금 '전면' 완화와 '선택적' 완화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윤 후보의 경우 부동산 관련 세금 관련 전면 개편이 공약이다. 이중과세라 여겨지는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와 통합해, 종부세를 폐지할 계획이다. 특히 공시가격은 현실화 정책이 본격 시행된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등의 공약과 함께, 당선 후 TF팀을 구성해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윤 후보 정책에 대해 "종부세 완화, 공시가격 2020년 수준으로 환원 등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며 "투기를 조장하고 청년층 등 무주택자들에게 비싼 주택가격 부담을 떠넘길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 또한 세 부담 완화를 주장하지만, 이는 '실수요자'로 제한적이다. 실수요자 중 일시적 2주택을 비롯한 비 투기목적 주택에 대한 종부세 합산 배제 등 선택적인 완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다만 최근 논의에서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이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현재 0.17% 수준인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을 1%까지 끌어올려 투기를 차단할 방침이다. 이 경우 종부세는 폐지수순으로 흘러가지만, 실질적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부동산 관련 정책이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후보가 선거를 치르면서 투기 방지에 대해 말하다가 최근 스스로를 시장주의자라고 말해 신뢰도가 떨어졌다"며 "부동산 관련 세금을 올리겠다는 건지, 내리겠다는 건지 알 수 없어 이 후보 정책에 대해 어떤 말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