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서 4대은행 업무 본다···점포 축소 '대안'

당국·은행·우체국, 위탁업무 대행 방안 협의 중 범위·수수료 등 세부방안 도출까지 시간 소요

2022-03-11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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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우체국에서도 입출금, 송금 등 은행 단순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점포축소 대안을 고민해온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이 큰 틀에서 우체국을 활용하기로 합의하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금융위원회, 우정사업본부는 은행 단순업무를 전국 우체국 지점에서 대행하는 방안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위탁업무 범위와 일정 등을 최종 합의하면 우체국에서 은행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연계 등의 작업에 나서게 된다. 시스템 연계 작업은 차세대 우체국금융시스템 구축 작업이 완료되는 오는 9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4대은행과 공동업무를 추진 중인데, 전국 단위로 시행할지 등 구체적인 업무범위와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우체국금융 시스템상 연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개편 작업이 완료되는 9월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우체국과의 공동점포 논의에 속도를 내는 것은 점포 축소로 금융취약계층의 불편이 커지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국내 은행 점포 1275개가 폐쇄됐다. 지난해 1~10월 폐쇄된 점포수도 238개에 달한다.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에 맞춰 잇따라 점포를 폐쇄하면서 노인 등 금융취약계층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의 경우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지역 점포 폐쇄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우체국 활용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올해 1월 당국, 우정사업본부, 은행연합회, 4대은행 담당자가 참여하는 '시중은행-우체국 업무제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회의를 진행해왔다.

다만, 은행들과 우체국 간 세부 업무위탁 범위와 실행 방식을 두고 이견이 있어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체국과의 공동점포가 큰 틀에서 방향은 맞지만 시스템 연계 문제나 수수료 산정 등에 있어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며 "지금은 방향만 잡혀있고 세부 내용이 나오기까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