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함영주, 'DLF 소송' 같은 사안 다른 판결···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준수의무' 희비 엇갈려 주총서 회장 선임 진행할 듯···주주들 입장 '주목'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같은 사유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승소를 거둔 것과 상반된 결론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14일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당국은 대규모 손실을 부른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하나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사모펀드 신규판매 업무) 제재와 과태료 167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문책경고 처분을 받은 함 부회장은 중징계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불완전 판매 손실 규모가 막대하고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의무를 도외시하고 기업 이윤만을 추구했다"면서 "은행의 공공성과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것이므로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예상과는 다른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낸 DLF 판매 관련 중징계 불복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는 점을 비춰 업계는 함 부회장의 승소 가능성을 높다고 봐왔다.
함 부회장과 손 회장의 재판 결과가 엇갈린 것은 내부통제 관련 '마련 의무'와 '준수 의무'에 대한 재판부의 해석이 달랐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경우 당시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손 회장이나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규범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번 재판부는 함 부회장과 임원들이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법 시행령에서 규정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게 되는 경우에도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전체 해외금리 연계 DLF 상품 중 이 사건에서 불완전판매 여부가 문제된 886건(가입금액 1837억원 상당)의 계좌에 대해서도 모두 불완전 판매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최고위험등급의 상품임에도 판매를 담당했던 PB들조차 'ELF(주가연계펀드)와 유사하다'고 설명하는 등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판매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은행의 일부 내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함 부회장은 차기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잡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법이 함 부회장의 채용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한숨을 돌리는 듯 했으나 상황이 급변한 모습이다.
일단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 대법원 확정 판결이 아니라는 점에서 당장 25일 하나금융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함 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경영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주주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실제 재판결과에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사법 리스크를 지적하며 함 부회장의 회장 취임 안건에 반대표를 권고한 바 있다. 하나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67.01%다.
한편, 이에 대해 금융위와 금감원은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 측은 재판결과를 검토한 후 항소 여부 등 대응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