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의사록] 물가안정에 집중···6명 중 4명 "추가 금리 인상 필요"
한은, 2월 금통위 의사록 공개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도, 현 금리 수준이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동유럽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등 최근 물가상승압력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15일 한은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2022년도 제4차)'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진행된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금리동결을 지지하면서도, 향후 금리 추가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는 현재 수준인 1.25%로 금리를 동결하자는 결정에 7명 금통위원 전원의 뜻이 모였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은 그간의 선제적 금리 인상이 이뤄진 데 따른 파급효과를 조금 더 지켜보자는 것으로, 향후 금리 정책은 경기 둔화를 막는 것보다 물가 안정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금통위원은 "세계경기와 교역 흐름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예상보다 공급차질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국제유가 상승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됐다"면서 "특히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갈등 격화에 따른 물가상승압력은 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해 가는 방향으로 기준금리를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다른 금통위원도 "그간 높아진 기대인플레이션 수준과 높은 유동성 증가세의 지속 등은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가 여전히 완화적임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적절한 시기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추후 더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해 경기와 금융시장에 보다 큰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향후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의 동향, 국내경기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등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적정시점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통위원 역시 "글로벌 에너지가격 움직임, 공급차질 장기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수요측 물가압력 추이 등을 고려해 볼 때 물가전망에 대한 상방리스크가 여전히 큰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반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신중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통위원은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는 제조업과 수출보다는 서비스업과 소비에 비대칭적으로 가해진 충격"이라면서 "GDP 성장률과 같은 총량 지표만 보고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하거나,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금리 인상을 가속하면 경제회복의 탄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경제는 비교적 잘 회복했지만, 금리·물가 상승으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기업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가계 구매력이 떨어지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초과하더라도 과도한 이탈이 아니라면 목표치로의 수렴 추세를 관찰하면서 신중히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