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전망과 투자자 자세
'역대급으로 치열했던 대선'이라는 수식어를 뒤로하고, 오는 5월 이후 펼쳐질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원회를 통해 벌써 많은 정책 계획이 발표되고 있다. 이런 정책 중 청와대 이전에 관한 이슈를 제외하면 부동산 시장에 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한마디로 '규제 강화'라고 말한다면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 완화'가 될 전망이다. 특히 당선인의 후보자 시절 부동산 관련 정책 공약이 전반적인 정책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 공약의 가장 큰 목표는 충분한 주택 공급에 있으며, 정책의 방향성은 크게 재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 및 부동산 세제 정상화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크게 아홉 개로 △5년간 주택 250만호 공급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활성화 △1기 신도시 재정비 △단독·다가구 정비사업 활성화 △임대차법 재검토와 임대사업자 제도정비 △민간임대주택 시장 활성화 △부동산세제 정상화 △주택대출 규제 합리적 개편 △외국인 투기성 거래 규제 등으로 구성된다. 이런 정책 방향에 따라 올해 들어 침체된 분위기를 이어가던 주택시장도 강남3구를 중심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규제 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모든 공약이 일괄적으로 시행되는 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입법 절차가 필요한데, 이 절차는 주로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 등의 개정을 통해 이뤄진다. 이 중에서 대통령령이나 총리령은 국회의 동의가 없이도 개정할 수 있지만, 법률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는 데 차이가 있다.
특히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펼쳐질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통과가 필요한 정책의 법률개정은 상대적으로 오랜 협의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재정비사업에 관련된 공약들을 예를 들면,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의 기준이나 30년 초과 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는 국회의 동의 없이도 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개별 법률로 규정된 사항으로 국회의 동의 없이는 규제 완화가 불가능하다는 데 차이가 있다. 세법개정도 성격에 따라 속도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더불어 과거의 정권교체 사례를 감안할 때, 새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도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기에 접어들었을 때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정권교체와 가장 유사한 특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노무현-이명박 정부 교체 시기를 살펴보면 지난 2008년 3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1년간 재건축 후분양 의무가 폐지되고 투기 및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는 등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정권 2년차인 2009년에는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되레 수도권 대출 규제(LTV)가 강화됐다.
2010년 이후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약세장에 접어들면서 DTI가 완화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가 연장됐으며, 주택시장 침체가 확대된 2011년과 2012년에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중단,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양도세 중과 완화 등 본격적인 규제 완화 정책들이 시행됐다. 이런 과거 사례에 비춰 볼 때 새 정부의 규제 완화도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장기적인 호흡으로 규제 완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 시절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방위적 규제 강화에도 큰 폭의 주택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투자는 규제의 변화보다 장기적인 시장의 흐름이 중요하고, 시장 흐름을 고려하는 투자계획 수립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에 소요되는 시간과 투자 기간이 긴 재정비사업과 같은 부동산 투자일수록, 단순히 규제 완화 전망에 기대한 투자 의사 결정보다는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중요하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 규제 완화라는 나무보다 시장의 흐름이라는 숲을 바라보는 투자자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