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나의 연금 현황 살펴보기

2022-04-08     신경필 하나금융투자 영업부금융센터 부장
신경필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는 별개로 사적연금의 대표적인 제도에는 퇴직연금, 연금저축이 있다. 이른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장수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입자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직접 퇴직 연금을 운용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직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수록 '나의 연금 현황'을 살펴보고 진단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실제 현장에선 운용 방법을 잘 알지 못하는 가입자나 투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섣불리 매매해 손실을 보는 가입자가 많기 때문이다.

먼저 퇴직연금에 속하는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 IRP(개인형 퇴직연금)의 규모가 벌써 300조의 큰 시장이 됐다. 이중 가입자가 직접 운용 가능한 퇴직연금은 DC와 IRP다.

안정적 성향 투자자는 보통 확정 금융 상품을 가입하는데, 원금이 클 경우 어떤 확정 상품을 가입하는가에 따라 수년 동안 운용을 하면 이자 금액의 차이가 날 수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예컨대 금융기관에서 주로 권유하는 확정형 상품에는 보통 은행 정기 예금, 상호저축은행 정기예금 그리고 증권사의 ELB 상품이 있다. 시중 금리에 따라 매월 고시되는 금리가 다르지만 안정적 성향의 가입자가 금리적으로 가장 유리한 상품은 상호저축은행이다. 

물론 신용등급이 A인 상호저축은행과 AAA인 은행을 안정성 측면에서 비교하면 우려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있다. 

DC형 퇴직연금과 IRP에 포함된 저축은행 퇴직연금 상품의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리금 5000만원까지 보장이 가능하다. 이자로 불어나는 금액을 대비해 각 저축은행 금융기관별로 4500만원씩 가입하면 이자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퇴직연금 원금의 규모가 크거나 가입 기간이 길면, 금리 차이로 인해 적지 않은 이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투자 상품인 ETF와 펀드도 활용 가능하다. 퇴직연금 내에서는 레버리지·인버스, 파생상품 40% 초과, 투자 적격 등급을 받지 않은 ETF 등을 제외한 400여개 중반의 적격 ETF에 투자할 수 있다. 

ETF의 장점은 향후 전망이 좋은 ETF를 가입자가 원할 때 언제라도 매수, 매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상장지수펀드인 ETF는 유사한 특정 지역이나 업종 등 투자 대상으로 해 주식같이 거래할 수 있게 상장시킨 상품을 일컫는다.

ETF 투자에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현재의 주식 시장과 장단기 주식 시장의 흐름이다. 즉 글로벌 주식 시장, 한국 시장, 특정 업종 등의 인과 관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교훈이 있듯이 아무리 가입자가 투자하는 상품이 유망하다 하더라도, 주식 시장 전체의 흐름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식 시장 전체의 흐름이 좋으면 초과 성과도 낼 수 있으나 주식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기대 수익도 낮추고 ETF 종목 선정에 더 신중해야 된다.

요즘 퇴직연금용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TDF(Target Date Fund), TIF(Target Income Fund), TRF(Target Risk Fund)도 있다. 이 상품들은 퇴직 시기에 따른 투자 비중 조절, 채권이나 부동산 등 인컴(Income) 전문 투자,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따라 위험도를 선택할 수 있게 출시됐다.

아울러 펀드 중 '수익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품은 공모주 펀드다. 공모주 펀드는 상품마다 세부 조건은 다르지만 전체 자산 중 채권 투자 비중이 높고 일부(10~30%)를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을 말한다. 해외로 시야를 넓혀 베트남 공모주와 같이 성장하는 시장의 펀드에 관심 둘만 하다.

해당 펀드들은 개인들의 공모주 배정보다 높은 비율로 공모주를 배정받기 때문에 예금의 수익으로 만족하지 못하거나 ETF 매매, 펀드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가입자에게는 적합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글로벌 경제 흐름이나 환경에 따라서 수익 변동폭이 크다.
 
특히 펀드에 대해서 많은 가입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유사한 형태의 상품이라도 '운용을 누가,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성과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특히 장기로 투자하는 연금은 운용이 잘 되는 펀드와 그렇지 않은 펀드의 장기 수익률은 클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일시적인 초과 수익 보다 꾸준한 수익을 발생시키는 펀드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투자 상품의 변동성 관리(위험 관리)도 중요하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시장이 하락할 때 손실을 줄이고 시장이 상승할 때 시장 상승 수익률 및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특징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종합적으로 보면 개인 가입자는 단기, 중기, 장기 수익률이 꾸준하게 관리되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 유사한 형태의 상품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에는 왕도가 없다.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경제는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로 특히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큰 상승을 이뤘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의 흐름은 유가상승, 원자재 상승 등과 더불어 유동성 회수 및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향후 시장이 어떤 방향성과 흐름으로 전개될 것인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될 것인가 등 여러 경제 흐름을 좀 더 신중하게 예의 주시해야 한다. 동시에 다양한 투자 상품을 공부해 선택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