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도 금융당국 규제 대상···뮤직카우發 후폭풍 불가피 (종합)
뮤직카우 '증권성' 인정···자본시장법 규제 받는다 조각투자 제도권 진입···'투자계약증권' 첫 인정 당국, 신(新) 증권 사업 가이드라인 마련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의 상품을 금융투자업의 성격을 가진 '증권'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뮤직카우를 포함한 조각투자 플랫폼은 앞으로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게 된다.
이번 결정으로 소액으로 실물자산에 투자하고 디지털 소유권(가상자산)을 나눠 갖는 형태의 '조각투자' 사업이 자본시장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블록체인·가상자산 등 기술 발전으로 이뤄진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현행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뮤직카우의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음악 저작권을 쪼개 주식처럼 거래하고, 음원 가격 상승·하락에 따라 투자자가 수익·손해를 보는 뮤직카우의 구조가 금융투자업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에서 나오는 수익을 받을 권리(저작권료 참여 청구권)를 쪼개 파는 플랫폼이다. 소유하기 어려웠던 음악 저작권을 소액으로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뮤직카우는 2017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지 4년여 만에 누적 회원수 100만명, 거래액 3500억원을 상회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뮤직카우의 사업구조가 사실상 금융투자업과 유사함에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투자자 보호 방안 등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증선위도 뮤직카우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저작권료 청구권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기존 증권과 유사하다고 봤다. 증선위의 해석대로라면 뮤직카우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금융투자업을 영위한 것이 된다. 증선위는 뮤직카우가 증권에 해당하는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발행·유통하면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제재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 개념을 적용한 첫 사례고, 다수 투자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만큼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뮤직카우에 대한 제재는 조건부로 보류하기로 했다. 증선위는 뮤직카우에 6개월 내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사업구조를 변경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뮤직카우가 오는 10월 19일까지 당국의 요구사항을 모두 이행하면 제재는 면제된다.
뮤직카우 측도 이날 증선위 결과 이후 공지글을 통해 "새로운 정책에 적합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신규 거래를 21일부터 진행하지 않고, 새로운 곡의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거래는 서비스 개편 완료시 재개할 예정"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과 제도 마련을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조각투자도 제도권 편입···가상자산 '사느냐 죽느냐'
이번 증선위의 결정으로 부동산, 미술품, 명품, 한우 등 실물자산에 대한 권리(가상자산)를 분할한 청구권에 투자하는 조각투자 플랫폼들도 모두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조각투자 사업자들의 증권성을 검토한 후 규제 편입 여부를 논의한다. 증선위 관계자도 "다른 조각투자 사업자들도 증권성을 검토해 가이드라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것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조각투자 플랫폼이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게 될 경우 기존 금융투자회사에 준하는 투자자보호 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 증선위는 이날 뮤직카우에 투자자보호, 정보보안 등에 필요한 물적설비와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투자자 예치금을 외부 금융기관 투자자 명의 계좌에 별도 예치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와 가상자산업계는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날 증선위 결정이 신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되진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전통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이후 생겨난 새로운 산업에 똑같이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조각투자도 결국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금융투자상품인 만큼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조각투자뿐 아니라 새로운 투자처가 계속 나올텐데, 새로운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기존 법에는 담겨있지 않다 보니, 규제가 과도하게 적용돼 이제 막 만들어지려는 산업들이 동력을 잃을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