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12兆' 원전 수주전 본격화···'팀 코리아' 수출 물꼬 트나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12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 원전 업계도 본격적인 수주전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탈(脫)원전 백지화와 원전 10기 수출을 공약한 윤석열 정부는 사우디 원전 수주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1.4GW 규모의 원전 2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주 한국 측에 1.4GW 규모의 원전 2기 건설 의사를 타진하는 입찰참여요청서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가 입찰참여요청서를 보낸 나라는 한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4개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2018년 원전 건설 의사를 타진할 때 예비사업자에 포함한 미국은 이번에는 제외되면서 한미간의 협력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이에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는 사우디 원전 수주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정부는 한국의 첫 원전 수출 사례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 운영과 가격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출 계약을 따낸 뒤 186억달러(약 22조원)에 한국형 원자로(APR1400) 4기를 준공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사우디 원전 수주전을 전폭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수출이 전무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입지도 급격히 위축됐다. 윤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 폐기와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공약했다.
올해 1월 문재인 전 대통령도 중동을 순방하며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산업에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사우디는 이란의 핵 개발을 견제하겠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거부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를 이유로 한국의 사우디 원전수주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원자력법 123조에 따르면,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제공받은 나라는 우라늄 농축 등을 할 때 미국 정부와 의회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수출 모델인 APR1400은 미국 원천 기술을 도입해 개발한 것으로, 수출할 때 자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협조하에 사우디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고 웨스팅하우스 등 미국 원전 기업들이 주요 부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나누는 방식도 점쳐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