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 노조, 임금피크제 폐지 요구

2022-06-09     김호성 기자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대기업 노조들이 잇따라 회사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회사 측은 노조와의 대화에 성실히 임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법원의 판례를 면밀히 분석하며 대응책을 찾는데 분주한 분위기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 4개 노조가 모인 공동교섭단은 최근 삼성전자에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

노조 측은 공문을 통해 "근무 형태와 업무의 변경 없이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운영하는 현행 임금피크제도는 명백한 차별이므로 폐지를 요구한다"며 "불합리한 임금피크제 운영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에 대해서도 회사의 보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회사 차원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을 통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노조 측은 강조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는 시점부터 근로 시간 조정 등을 통해 임금을 점차 깎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임금피크제는 임금 삭감 대신 정년을 늘리는 '정년연장형'과 정년을 그대로 두고 임금만 삭감하는 '정년유지형' 등으로 구분된다. 두 제도 가운데 대다수 사업체는 정년연장형을 도입해 운용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4년에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만 55세를 기준으로 전년 임금 대비 10%씩 줄여나가는 방식이었다. 이후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를 만 57세로 연장하면서 임금 감소율도 5%로 낮췄다.

회사와 임금협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그간 핵심 요구안 중 하나로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삼성전자 측은 곧 회사의 입장을 정리해 노조에 전달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노조와의 대화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라며 원론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역시 임금피크제 관련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지난달 26일 사측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달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현재 회사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며 이는 지난 대법원 판례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취지의 입장을 노조에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는 정년 연장 없이 경영 효율을 목적으로 도입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였다. 회사 측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정년을 연장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계열사 외에도 SK하이닉스와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산하 노조들이 대법원 판결 이후 회사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잇따라 공식 요구하기 시작했다. 임금피크제가 노사 간 쟁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의 5대 핵심 요구안 가운데 하나인 정년 연장과 연계해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르노코리아 노조도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포함시키는 등 최근 대법원 판결의 후폭풍은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법원이 지적한 임금피크제는 정년유지형이지만, 노조에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도 모두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사 간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명확한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